대한항공 사내게시판 “반바지 눈치” 조원태 “뭐라 말라” 댓글로 일단락 삼성-LG-현대차 등도 자율복장 동참 “인사권자 눈치에 못입어” 지적도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11일부터 반바지와 샌들 등 자유로운 복장을 착용하는 쿨비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스타항공뿐 아니라 최근 각 회사는 속속 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복장을 추구하는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제공
‘반바지 입는 걸로 눈치 주지 마세요.’
12일 대한항공 사내 소통 게시판에는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을 게시한 직원은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더워서 반바지 입고 출근했더니, 저건 좀 아니지 않냐고 뒤에서 말했다는 걸 들었다”며 “복장 자율화라면서 실상은 눈치 보며 고민하는 게 현실”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댓글을 달았다. 조 회장은 “제가 몇 년 전 반바지를 입겠다고 했었는데 아직 못했다. 하면 안 돼서가 아니라 몸매에 자신이 없어서다”라며 “ 반바지 입고 출근하는 건 직원의 개인 의사다. 누구도 뭐라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6년 남성 직원들의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면서 복장 자율화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2018년 LG전자, 2019년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복장 자율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복장 자율화를 수평적 소통 문화의 한 예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기업문화까지 바뀌지 않으면 반바지 착용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대면 업무나 외부 미팅이 많은 직종의 경우 반바지 착용은 여전히 남의 나라 이야기라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 20대 직장인은 “반바지를 매너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다 보니 코디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며 “결혼식장 갈 때 흰옷을 잘 안 입는 것처럼, 상황에 따라 반바지 착용을 지양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방적 조직문화를 가진 정보기술(IT) 업계는 비교적 반바지 착용에 너그러운 편이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본사가 있는 한 IT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군복만 안 입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한다. 반바지를 입어도 되고, 모자를 쓰거나 슬리퍼를 신어도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