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나는 종종 강의 요청을 받아 지금의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과정과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곤 한다. 최근에는 직업에 대해 탐색하고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에게 강의할 기회가 많았다. 그런데 학생들은 때론 도배사라는 직업을 택한 과정이나 도배사로서의 경험보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 이름에 더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아마 학생들의 현재 삶에는 직업 선택보다 대학 진학이 더 밀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자주 이런 질문을 던진다. “도배사가 될 거라면 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나요?” 학생들이라면 충분히 궁금해할 만한 부분이고 나 스스로도 역시 깊이 고민해본 적이 있다.
도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학벌이나 어학 성적 같은 스펙이 필요하지 않다. 도배 학원을 다닌 후 학원에서 연결해준 도배 팀에 들어가거나, 지인 혹은 구인 공고 등을 통해 도배를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개인 연장만 구비하면 그 외에 별도로 갖추어야 하는 자격이나 절차는 없다. 물론 도배 기술자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도배를 시작하기 위해 넘어야 하는 문턱은 그리 높지 않고 굳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도배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권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공부를 통해 선택지를 확장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아야 택할 수 있는 회사나 직업이 다양해져서만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학생들에게 권하는 공부는 학교 공부를 비롯해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직업을 전부 다 알 수 없지만 많이 보고 많이 알아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열 개의 직업을 알고 하나를 고르는 것과 백 개의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나 역시 도배라는 하나의 직업을 선택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직업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탐색했고,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도전했다. 많은 선택지를 고민했기에 내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다.
학창시절 나는 공부를 꽤 열심히 하던 학생이었는데 공부를 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을 갔기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와 스스로를 깊이 알게 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공부만 했기에 놓친 것들도 있겠지만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나는 학생들 역시 그런 기회들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과 세상에 대해 공부하기를 적극 권한다.
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