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철원에 승일교라는 다리가 있다. 1948년에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당시는 이곳이 38도선 이북, 즉 북한 땅이었다. 다리가 완공되기 전에 한국전쟁이 시작되어 다리 공사는 중단되었다. 종전 후에 이곳은 대한민국 영토가 되었다. 한국 정부가 남은 공사를 마무리해서 1958년 12월에 개통되었다. 덕분에 이 다리는 소련의 기술을 받은 북한식 공법과 한국식 공법이 섞여 있다. 승일교라는 이름도 이승만의 ‘승’자와 김일성의 ‘일’자를 합성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20년 전에 이 다리를 답사한 적이 있다. 옛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에 공업은 북한지역에 편중되어 있었다고 배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리에도 그 격차가 반영되어 있을까? 필자는 공학도도 아니고, 단순히 육안으로 당시 공학 기술력의 차이를 구분한다는 것은 무리다. 다만 겉으로 봐서는 오히려 북한의 흔적이 더 투박하고 거칠어 보였다. 생각해 보면 일제강점기에도 흥남질소비료공장이나 수풍댐 같은 몇몇 특별한 시설들이 북한지역에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공학의 전반적 수준을 판별할 수는 없다. 그 시절에도 경제, 문화, 교육의 중심은 서울이었고, 전체적으로도 북한보다 남한의 역사, 문화적 깊이가 높았다.
20년 전 승일교 위에서 했던 생각이다. 주관적인 감상일 뿐이고, 전문가의 기준에서 봤을 때 오류라고 하더라도 그 이후 남한과 북한의 차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물론 북한도 모든 부분이 낙후하지 않다. 우리와 같은 민족이고, 같은 전통과 역량을 가지고 20세기를 맞이했다. 현재도 핵, 미사일, 로켓 등에서 괄목할 기술을 보유하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임용한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