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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부실 우려 높은데… 증권사들 ‘성과급 잔치’

입력 | 2023-07-25 03:00:00

작년 성과보수 80% 현금으로 지급
PF 손실, 성과보수에 반영 안하기도
금감원, 보수체계 대대적 점검 나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치솟으며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해 증권사 성과급의 80%가 현금으로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이로 인해 증권사 PF 담당 임직원들이 단기 성과에 치중하게 됐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PF 성과 보수 지급 현황과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했다고 24일 밝혔다. 증권업계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에 따라 대대적인 점검에 나선 것이다.

우선 금감원은 증권사가 현금 위주로 PF 성과 보수를 지급해온 점을 지적했다. 현행법상 금융회사의 성과 보수는 장기 성과와 연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PF의 경우 사업 성과를 판명하기까지 5∼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PF 담당 임직원에게 성과 보수를 현금으로 지급한 비중은 전체의 79.7%(3550억 원)에 달했다. 주식(2.8%)이나 주식연계 상품(17.5%)으로 성과급을 지급한 비중은 낮은 편이었다.

금감원은 성과급을 여러 해에 걸쳐 나눠 주는 이연성과급 지급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증권사 17곳도 적발했다. 현행 규정상 증권사 임직원의 성과 보수는 40% 이상을 3년 이상에 걸쳐 나눠 지급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적발된 증권사들은 성과 보수가 1억 원 미만이면 전액 일시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 PF 대출 부실로 손실을 보고도 이를 성과 보수에 반영하지 않은 증권사도 있었다. 증권사 5곳은 이연성과급 지급 기간 중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를 반영해 직원의 성과 보수를 다시 산정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증권사에 만연해 있는 ‘단기 성과 주의’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기 성과에 연동하는 성과 보수 체계를 갖추자는 게 현행법의 취지인데 강제성이 없어 증권사들이 준수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금융위원회와 함께 성과 보수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