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통3사 담합 조사에 이어 치킨 프랜차이즈 불공정 조사 나서 담합조사 명목 사실상 값 인하 압박 전문가 “효과 없고 시장왜곡 우려”
우유값 L당 3000원 넘어가나 24일 서울 중구의 한 마트에서 고객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 낙농가와 유업체들은 한 달 넘게 올해 원유 가격을 정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원유 가격 인상 폭은 L당 69∼104원 사이에서 결정될 예정으로, 흰 우유 제품 가격이 L당 30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금융권과 이동통신 3사에 대해 담합 조사에 나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 라면 등 식품 업계까지 들여다보며 전방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큰 폭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물가 잡기에 필사적인 가운데 공정위마저 ‘물가 관리 기구’로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사 가능성 언급만으로 불편”
공정위가 정기적으로 진행해 왔던 조사지만 시장에서는 다른 반응이 나왔다. 한 치킨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정부가 돌아가며 특정 업계를 불러모아 물가를 내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지난해까지만 해도 없던 일”이라며 “이번 조사도 매년 하는 것이라지만 치킨 업계를 콕 집은 이상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닭고기 값이 뛰면서 치킨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공정위 조사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닭고기 도매가격은 kg당 3954원으로 1년 전보다 13.7% 올랐다.
물가 관리에서 공정위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공정위 스스로도 이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자사 가습기에 대해 온라인 지정가를 강요한 양일상사를 제재하며 “공정위 조사로 가습기 최저가가 약 4000원 내려갔다”고 이례적으로 밝혔다.
● “공정위 행보, 기업에 잘못된 신호”
다만 공정위 내부적으로도 정부가 가격 인상을 억제하며 ‘공정위 조사 카드’를 언급하는 데 대한 불편함도 감지된다. 담합에 대해서는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그 같은 정황을 포착하지 않는 이상 물가에 개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최근 행보와 관련해 “시장 개입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담합, 카르텔이 있다면 당연히 공정위가 개입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를 낮추겠다며 기업을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공정위 행보도 기업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