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 김주형, 세계랭킹 24→17위로 “기권도 생각… 포기하면 내가 아냐” ‘2007년 최경주’ 넘어 韓 최고성적 美 하먼, 13언더로 메이저 첫 정상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김주형이 24일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디오픈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를 했다. 김주형은 발목 부상에도 디오픈 역대 한국 선수 최고 성적을 거뒀다. 김주형이 이날 대회 최종 4라운드 18번홀 퍼팅에 앞서 오르막 경사를 살피고 있다. 호일레이크=AP 뉴시스
“좋은 성적을 내면서 아드레날린이 나와 통증을 잊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김주형(21)은 24일 영국 호일레이크 로열 리버풀 골프클럽(파71)에서 남자 골프 메이저대회 ‘디오픈 챔피언십’(디오픈) 경기를 모두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대회 도중 다친 발목 상태를 궁금해하는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김주형이 이번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디오픈에서 발목 부상에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올해로 151회를 맞은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이다. 종전 최고는 2007년 최경주가 기록한 공동 8위다. 김주형은 또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 이상의 성적을 낸 역대 세 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양용은이 2009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챔피언십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고, 임성재가 2020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2위를 했다. 김주형은 1976년 19세 나이로 공동 2위를 한 세베 바예스테로스(1957∼2011·스페인) 이후 디오픈에서 준우승을 한 최연소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대회가 끝난 뒤 김주형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자신의 발목 사진. 김주형은 1라운드를 마친 뒤 숙소에서 발목을 삐어 이후 절뚝이며 경기를 치렀다. 김주형 인스타그램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김주형은 순위를 계속 끌어올렸다. 2라운드(3언더파 68타)에 공동 25위로 성큼 올라선 뒤 3라운드(3언더파 68타)엔 리더보드 공동 11위까지 이름을 밀어 올렸다. 발목 통증으로 스윙할 때 체중을 하체에 충분히 싣기 힘들었지만 타수를 줄여 나갔다. 김주형은 “2라운드와 3라운드가 끝났을 때 기권할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편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포기하면 내가 아니다’라고 각오를 다지며 경기를 이어갔다고 한다.
최종 라운드가 열린 날엔 최고 기온이 섭씨 18도를 넘지 않을 만큼 쌀쌀했다. 초속 9.4m의 강한 바람에 비까지 내렸다. 다른 선수들도 모두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발목이 부어 걷기 힘든 김주형에겐 미끄러운 그라운드가 특히 불편했다.
김주형은 대회를 마친 뒤 “이번 주 멋진 경기를 펼쳤다. 매우 만족스럽다”며 “발목이 오늘 좀 더 잘 버텼다. 오늘이 (부상 후) 3일 중 가장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대회 도중 김주형은 가족처럼 가깝게 지내던 지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모자에 검은 리본을 달고 경기를 하기도 했다.
美 하먼, 우승 키스 24일 끝난 이번 시즌 남자 골프 마지막 메이저대회 디오픈 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브라이언 하먼(미국)이 우승 트로피인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추고 있다. 호일레이크=AP 뉴시스
키 170cm인 하먼은 장타 골퍼는 아니다. 이번 대회 평균 비거리에서도 156명 중 126위에 그쳤다. 하지만 독보적인 퍼팅 실력을 갖췄다. 이번 대회 하먼의 퍼트 수는 106개로 라운드당 26.5개였다. 최근 20년간 디오픈 우승자 중 가장 적은 수치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