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정복 포럼서 비전-한계 논의 암 부위에만 발사해 치료 효과 크고 피폭량 적어 환자 생존율 증가 간암-소아암 등은 양성자로 치료… 중입자 치료는 전립샘암에 첫 적용 기존 치료와 단순 비교 어려워, 임상 연구 추가해 데이터 쌓아야
‘암 치료의 새로운 기회,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라는 주제로 21일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에서 제78회 암 정복 포럼이 열려 양성자와 중입자 치료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국립암센터 제공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입자방사선 치료는 일반 방사선 치료와 비교해 암 부위에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발산시키는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는 물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치료 효과 향상은 물론이고 정상 장기에 대한 피폭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이들 치료는 아직 임상 연구 및 개발 연구를 더 진행해야 한다. 임상 근거에 기반해 적응증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중입자 치료는 아직 임상 활용 기간이 짧아 양성자 등 기존 치료 방법과의 차이점을 평가하기엔 축적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
입자방사선 치료 미국-일본-중국 순으로 많이 해
국립암센터 양성자 치료센터에서 간암 환자가 양성자 치료를 받고 있다. 국립암센터 제공
양성자 치료 기기는 미국이 54대로 가장 많고, 중입자 치료 기기는 일본이 7대로 가장 많다. 국내 양성자 치료 기기는 국립암센터, 삼성서울병원에서 보유하고 있으며 중입자 치료 기기는 세브란스병원에서 가동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부산 기장에서 중립자 의료 기기가 건설 중이며 2027년에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김태현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장은 “입자방사선 치료 기기가 크기는 작아지고, 고선량을 빠르게 전달하고, 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조사하는 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러시아, 일본, 중국, 대만 등에선 이미 입자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고 있으며 한국도 그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양성자 치료, 간암-폐암-전립샘암 순으로 많이 시행
세브란스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전립샘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
양성자 치료의 경우 보험 수가는 1000만∼2000만 원 정도로 높지만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그 비용의 5%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다만 비뇨기암과 유방암은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중입자 치료, 전립샘암부터 시작해
세브란스병원은 4월 국내 처음으로 전립샘암을 대상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 이번 암 정복 포럼에서도 관심이 뜨거웠다. 기존 치료법보다 부작용이 적고 치료 시간이 짧으면서도 효과가 크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활용, 암세포를 정밀 타격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중입자 치료의 생물학적 효과는 X선보다 2∼3배가량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이익재 연세의료원 중입자센터장도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암 치료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일 것”이라며 “근거 기반 연구에서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가 가능한 암은 양성자처럼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이다. 현재는 전립샘암만 대상이지만 치료실을 2개 더 오픈하는 내년엔 타 고형암으로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주로 초기 암 환자가 대상이다. 특히 골·연부 조직 육종, 척삭종, 악성 흑색종 같은 희소암의 치료는 물론 특히 3대 난치암으로 꼽히는 췌장암과 폐암, 간암 등에도 확산할 예정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