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천 이학박사·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
고석천 이학박사·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먼저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다. 즉, 혼자일 때보다 동반자가 있을 때 어려운 일도 극복할 수 있고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속담의 의미처럼 해양바이오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때 기반 조성의 주춧돌이 될 수 있는 동반자가 절실하다. 여기서 말하는 해양바이오 산업이란 해양 생명 자원을 활용해 우리에게 필요한 식량, 화장품, 의약, 에너지 등 바이오 모든 분야의 소재 및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해양 생명 자원의 산실 ‘해양바이오뱅크’
해양바이오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양바이오 산업의 씨앗이 되는 해양 생명 자원은 무궁무진한 잠재성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바이오산업 관련 종사자들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OECD에서 2030년에 ‘바이오경제’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도래한다고 예측한 바 있으며 주요국들은 이미 해양 생명 자원으로 눈을 돌려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육상 생명 자원의 고갈 및 탐사·개발이 상당 부분 이뤄져 있다는 점이 해양 생명 자원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며 지구 생물종의 80%가 바다에 서식하나 활용은 1%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지의 세계인 바다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바다에서 새로운 해양 생명 자원과 이를 이용한 유용 소재 발견·활용 등 해양바이오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육지의 6배 이상인 해양과 내수면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해양바이오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탄탄한 기반을 다져야 할 때이다.이러한 해양바이오 산업 기반 조성의 든든한 주춧돌이 될 수 있는 동반자는 무엇일까? 바로 해양바이오 산업의 싹이 트고 열매를 맺을 해양 생명 자원이라는 씨앗을 풍부하게 보유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구축·운영 중인 ‘해양바이오뱅크’라고 생각한다.
해양바이오 산업의 핵심 인프라 구축
해양바이오뱅크는 해양 생명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연구소·대학 등을 대상으로 산업화가 가능한 유용 소재를 발굴해 무료 분양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해양바이오 산업의 핵심 인프라이다. 해양바이오뱅크의 출발점은 정부 혁신의 일환으로 2018년 해양 추출물 및 해양미생물뱅크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것이다. 이후 해양 유전자원 및 해양 미세조류로 자원을 확대하고자 2020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해양바이오뱅크가 공식 출범했다. 올해 4년 차로 접어들어 내실을 견고하고 탄탄하게 다졌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다양하고 많은 수의 해양 생명 자원을 해양바이오뱅크에 저장하고 있다. 해양 추출물 1500여 점, 해양 미생물 7100여 주, 해양 유전자원 6200점 및 해양 미세조류 210여 주로 해양 생명 자원의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주도적으로 수행 중인 국가생명연구자원 선진화 사업을 통해 2026년까지 약 3000종이 추가 확보될 예정으로 해양바이오뱅크의 간이 더 풍족해 질 것이다.
이렇게 채워진 해양 생명 자원을 단순히 제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종 정보는 기본이며 추출물의 항균·항염증 등 효능 정보, 미생물의 효소 활성, 유전자원의 농도·순도, 미세조류의 배양 조건 등 수요자가 요구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수요자가 원하는 자원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믿고 사용할 수 있도록 각 자원의 보존 기준에 부합하게 보존하고 있으며 매년 보존 장비의 교정과 함께 품질관리 분야 국제표준화기구 인증 유지를 통해 자원 및 정보의 품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품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돼 해양바이오뱅크를 통한 해양 생명 자원 이용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원의 가치는 높게, 연구는 깊게, 활용은 넓게
현재 해양바이오 산업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제품화를 통해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분야는 기능성 식품 분야와 화장품 분야가 대표적이다. 트렌드에 맞게 해양바이오뱅크에서 보유하고 있는 해양 생명 자원 활용도 제고를 위해 실물 중심에서 사용 목적 중심으로 확대함에 따라 화장품 효능(미백 및 주름 개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수요자가 효능 등급에 따라 선택해 분양받을 수 있도록 2022년에 화장품뱅크를 신규 구축해 운영 중이다.항생제 소재는 병원균 6종 대상 항균 효능에 대한 정보를, 대사질환 소재는 당뇨, 고혈압, 비만 개선 효능에 대한 정보를 구축해 제공할 계획이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해양에 대해서도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기업들과 발맞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해양바이오 산업이 빨리 성장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탄탄한 기반을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더욱 멀리 가기 마련이다. 기본 없이 시작할 수는 있지만 오래, 그리고 멀리 갈 수는 없다. 해양 생명 자원의 최대 곳간인 해양바이오뱅크가 해양바이오 산업 성장 동력에 주춧돌이 되는 동반자로서 해양 생명 자원의 가치는 높게, 연구는 깊게, 활용은 넓게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고석천 이학박사·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