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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신 아이스라테에는 어떤 우유가 들어 있을까?

입력 | 2023-07-26 03:00:00

최근 수입 급증한 외국산 멸균우유, 95% 이상 B2B 시장에서 유통
우유자조금 “소비자 건강과 알 권리 위해 정확한 검증 필요”




점심 식사 후 동료들과 아이스라테 한 잔 마시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라는 직장인 김 모(40) 씨. 그는 얼마 전 음료를 주문하고 기다리던 중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라테를 만들 때 당연히 국내산 우유를 넣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단골 카페에서 수입산 멸균우유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 그는 “맛과 건강에 대한 믿음 때문에 되도록 국내산 우유를 찾아 마시는 편인데, 카페에서 사 먹는 라테에 수입산 멸균우유가 들어갔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며 놀라워했다.

관세청의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멸균유 수입은 2019년 1만484t(톤)에서 2022년 3만3058t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는 폴란드, 독일, 이탈리아, 영국, 호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7개국에서 수입된 28종의 멸균우유가 시판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이하 우유자조금) 측은 “멸균우유 수입량이 급증한 것은 맞지만 대다수 소비자가 수입산 멸균우유를 선호하는 것처럼 비치는 건 잘못”이라고 밝혔다. 수입산 멸균우유의 95% 이상이 B2B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유자조금이 실시한 수입 유제품의 소비 확산에 따른 전략적 대응방안 모색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해 국산 냉장 우유의 음용 비중은 약 61%이며 수입산 멸균우유는 약 7%에 그쳤다. 수입산 멸균우유는 요리를 할 때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응답자 상당수가 국산 냉장우유가 맛, 원유의 질, 신선함 등 품질 전반에 대해 수입산 멸균우유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사실 우유를 마시는 가장 큰 이유가 영양 균형 등 건강을 위해서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우유를 선택할 때 안전성, 신선도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신선우유는 착유 후 적정 온도로 냉각해 2~3일 내 유통하며, 유통기한은 11~14일 정도다. 국내산 멸균우유의 유통기한도 12주로 짧은 편이다. 반면 수입산 멸균우유는 국내로 유입되는 과정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되며, 유통기한도 최대 1년으로 길다. 국내산 멸균우유 유통기한 역시 수입산 멸균우유와 동일하게 1년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멸균우유는 12주가 지나면 ‘크림화 현상’이 발생, 유지방이 분산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품질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우유자조금 측은 “미생물이 증식하는 것은 아니나 품질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기에 관능 품질을 높일 목적으로 유통기한을 12주 내외로 짧게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산 신선우유, 월드 클래스급 품질 갖춰

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 동아일보DB 

국내산 우유는 신선함과 더불어 높은 품질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원유의 품질은 체세포수와 세균수로 결정된다. 2가지 모두 수치가 적을수록 고품질이라고 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따르면 국내 원유의 1A 등급 기준은 1ml당 체세포수 20만 개 미만, 세균수 3만 개 미만이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낙농 선진국으로 알려진 덴마크와 동일한 수준이다. 독일(체세포수 40만 개/ml 이하·세균수 10만 개/ml 이하)과 네덜란드(체세포수 40만 개/ml 이하·세균수 10만 개/ml 이하)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우유자조금 측은 “수입산 멸균우유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국산 멸균우유와 비교해본 결과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며 “국내시장에 수입산 멸균우유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만큼 소비자의 안전한 소비와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확한 검증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1년 약 64kg에서 2021년 86kg으로 증가했지만, 자급률은 2001년 77.3%에서 2021년 45.7%로 감소했다. 이는 수입 유제품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면서 국내 낙농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