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얼라이언스 42개사로 출범 1210억원 규모 펀드는 이날 결성 “진흥-규제 상충 법안 정비 필요”
24일 오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서 5번째)과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장(오른쪽서 6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얼라이언스’ 출범식이 열렸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국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42개사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CVC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정부와 CVC 얼라이언스는 출범식에서 업무 협약식을 갖고 2025년까지 1조 원의 정책펀드와 7조 원의 민간주도 펀드 등 총 8조 원의 CVC 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CVC는 대·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등 회사법인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털로 미국의 구글벤처스 등이 대표적이다. CVC 얼라이언스는 모기업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기술 검증과 시장 개척 등을 도와 성장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혁신에 기여하고 CVC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 정책 등을 건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CVC의 투자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전체 벤처캐피털(VC) 투자액 중 CVC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으로 한국은 23%에 불과한데 미국은 47%나 된다. CVC의 스타트업 투자는 모기업을 통해 스타트업과 전략적 협업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전기차 구동모터용 영구자석을 제조하는 성림첨단산업은 포스코기술투자의 투자를 받은 덕분에 포스코그룹의 글로벌 판매망을 활용해 베트남에 1000억 원 규모의 영구자석을 수출할 수 있었다. 효성벤처스는 엑시아머티리얼즈가 개발한 탄소섬유복합소재와 모기업인 효성의 아라미드 섬유 ‘알켁스’의 기술을 조합해 방탄 성능을 높인 패널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CVC 활성화를 위한 토론이 김창훈 이화여대 교수의 사회로 함께 열렸다. 정부가 산업 진흥과 대기업 규제를 위해 만든 법안, 혹은 VC 산업 초기에 미처 정비하지 못한 법안들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임태희 롯데벤처스 투자부문장은 “CVC나 VC, 자산운용사 등은 투자 행위와 투자 대상은 비슷한데도 저촉받는 법이 벤처투자법, 여신전문금융업법, 자본시장법으로 각각 다르다 보니 공동투자를 할 때 어려운 점이 많아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애로를 털어놨다. 김 교수는 “CVC 관련법이 공정위와 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 여러 부처에 걸쳐 있는데, 정부가 컨트롤타워를 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