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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핵협의그룹이 제 역할을 하려면[기고/황태희]

입력 | 2023-07-25 23:30:00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4월 26일 개최된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정상은 핵협의그룹을 창설하여 증가하는 핵 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공유 증진을 공언했다. 북한 핵 능력의 고도화와 국제정세의 갈등 국면 속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로는 핵협의그룹의 창설을 꼽을 수 있다. 핵협의그룹은 핵무기 사용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합의다. 확장억제의 성공 여부는 한미동맹이 공언하는 반격의 신뢰성에 달려 있다. 반격의 신뢰성은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북한의 인식으로, 한미동맹이 워싱턴이 공격당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서울을 지킬 결의가 있는지다.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은 한국이 공격당한 시점에 미국이 한미동맹에 근거하여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강한 반격을 약속대로 이행할지다. 따라서 미국의 약속 이행 인센티브를 높이는 정책은 억제전략의 신뢰성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북한의 선제공격 가능성을 낮춘다.

워싱턴 선언과 핵협의그룹의 창설은 세 가지 측면에서 억제의 신뢰성을 높이고 전쟁의 확률을 낮출 수 있다. 첫째, 핵협의그룹의 창설과 후속 조치가 가져오는 평판 효과다. 워싱턴 선언은 공식적인 한미 정상 합의를 통해 청중비용(audience costs)을 높여 한미동맹의 확장핵억제 실효성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국제정치에서 청중비용은 대통령 같은 정책 결정자가 위기 상황에서 공개적 선언과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때 직면하는 국내외적인 평판의 악화로 인한 정치적 비용을 뜻한다. 미국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청중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약속을 어기기 힘든 환경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인식하는 확장억제의 실현 가능성을 증대시켰다.

둘째, 핵협의그룹 내 확장억제의 지속적 논의는 한미 간 정보공유를 통한 양국의 군사정보 비대칭성을 약화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은 핵협의그룹을 통해 기존 협의체에서 확보하지 못한 핵무기 관련 군사정보를 미국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무기 관련 정보가 핵협의그룹에서 정기적으로 공유될 경우 미국은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있을 때보다 강한 반격에서 이탈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셋째, 핵협의그룹은 한미 간 인적·조직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미국이 확장억제의 약속을 이탈할 유인을 줄인다. 핵협의그룹은 외교부와 국방부의 차관보급 협의체로 정기적인 회의를 개최하여 그 협의 결과를 양국 정상에게 직보할 예정으로, 실질적인 안보 협력체로 발전되면 대북 확장핵억제를 목적으로 한 한미 간 인적·조직적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공고화할 것이다.

이상의 논의가 함의하는 핵협의그룹의 운용 방향은 다음과 같다. 핵협의그룹을 한미 간 군사정보 공유 수준을 제고하는 수단이자 인적, 조직적 네트워크로 활용하면서, 한미 양국의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속적 협의체로 상설 조직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미 간 확장억제가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현 정부가 지향하는 ‘힘에 의한 평화’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황태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