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존중이 있는 아이 교육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그리고 아이도 자신이 떠드는 것보다 부모가 소리 지르는 것이 훨씬 더 시끄럽다는 것을 안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부모를 더 혐오하는 눈으로 보는 것을 안다. 초등학생만 돼도 “우리 엄마는요, ‘너 나가면 말 잘 듣고, 소리 지르지 말고, 얌전해야 돼’라고 말하면서 엄마가 더 크게 소리 지르고 떠들고 그래요. 창피해요”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소리 지르는 부모를 보며 ‘아, 내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구나. 고쳐야겠다’가 아니라 ‘엄마나 잘하시지’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이다.
아이를 아주 심하게 혼내거나 때리면, 아이는 그다음부터 그 행동을 안 하기는 한다. 그러면 부모는 문제 행동이 확 줄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큰 착각이다. 아이를 가르칠 때는 아이에 대한 존중을 밑바닥에 깔고 있어야 한다. 존중이 없으면 진실한 교육이 안 된다.
공공장소에서의 중요한 육아 포인트는 첫 번째, 무엇이 되고 안 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두 번째,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의 지침은 단지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하지만,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꼭 지켜야 한다. 아이가 다칠 수도 있다. 특히 대형마트는 시식코너도 있고, 쇼핑카트도 수시로 다닌다. 뛰다가 진열된 물건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아이가 과하게 뛰어다니면 그런 장소를 피하든, 아이를 딱 잡고 다니든, 안든, 행동으로 아이에게 지침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소리를 지르면서 아이와 싸우고 있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매를 들 때, 아이의 머릿속은 하얗게 된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 정보도 입력되지 않는다. 그 순간 아이는 엄청난 공포에 질려 버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매번 이렇게 교육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아니 청소년 시기만 되어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만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당황스러운 상황은 너무나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내 아이의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면? 당연히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