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많은 군인과 민간인이 장애를 수반하는 중상을 입는다. 팔과 눈을 잃은 남편을 끌어안은 부인, 폭격으로 다리를 잃은 두 모녀와 간호사(위 사진부터). 사진 출처 우크라이나 외교부 웹사이트
신광영 국제부 차장
미 메릴랜드 재활센터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절단 장애’ 미군들로 가득했던 이곳에 우크라이나 군인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퇴역 미군들이 기증한 의족들은 이들 신규 입소자들의 다리가 되고 있다. 정찰 임무 중 포탄에 맞아 두 다리를 잃은 페둔(24)은 그렇게 지원받은 의족을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노랑과 파랑으로 칠했다.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수십만 명의 부상자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민간인 부상자까지 합하면 규모는 훨씬 커진다. 이들 중 해외에서 재활 기회를 얻는 건 소수에 불과하다.
전쟁이 나면 재활 수요가 폭증하지만 재활 인프라는 취약해진다. 병원이 공격을 받게 돼 병상은 줄고, 의료 인력은 흩어진다. 약품이나 보조기구도 귀해진다. 전력난까지 겹친다. 지금 우크라이나가 정확히 이런 상황이다. 팔다리를 잃거나 영구 척추손상 등 장애를 입은 군인과 시민들이 응급수술만 받고 집으로 돌려보내진다.
30대 여성 나탈리야는 지난해 4월 딸과 기차역에서 피란 열차를 기다리다가 러시아의 포격을 받았다. 잠시 기절했다가 눈을 떴을 때 11세 딸의 두 다리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자신의 한쪽 다리도 사라져 있었다. 그날 기차역에선 50명이 숨지고 두 모녀처럼 1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대피소에서 잠시 물을 구하러 나왔다가 포탄에 다리를 잃은 16세 소녀, 아파트 잔해 속에서 팔 없이 구조된 임신부 등 수많은 민간인이 장애를 갖게 됐다. 이제 우크라이나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장애인 인프라가 절실해지고 있다.
향후 우크라이나 재건의 핵심은 인적자원의 복구다. 다르게 말하면 무너진 사람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유럽연합(EU)이 회원국 재활병원에 우크라이나 중상자 2000여 명을 나눠 수용한 것도 이런 취지가 반영된 것이다. 일본도 매년 10∼20명의 부상병을 받기로 했다. 첨단 의료와 기술을 갖춘 우리 역시 재활 지원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신광영 국제부 차장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