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 앞세워 국내시장 장악
층간이동-순찰 등 고부가 서비스
국내산, 호텔시스템 연동 인기몰이
업계 “서빙로봇 올해 1만대 돌파”
서빙 로봇이 식당, 호텔에 속속 도입되며 올여름 휴가철 전국 각지에서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다.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이 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층간 이동 등 기능을 갖춘 국산 로봇이 속속 개발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력 부족을 메울 대안으로 로봇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한중이 서빙 로봇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 LG 상반기 판매량, 지난해 1년 치의 2배
LG전자의 서빙 로봇 ‘클로이’. LG전자 제공
25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서빙·안내 로봇 ‘클로이’의 판매량은 올 상반기(1∼6월)에만 지난해 1년 치의 2배를 기록했다. 클로이는 단순 음식과 식기만 실어나르는 식당뿐만 아니라 고객 맞이, 룸서비스 등 복합적인 기능이 요구되는 호텔에서도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강원 정선 하이원 리조트는 지난해 컨벤션타워에 클로이 4대를 들인 데 이어 올해 6대를 추가로 도입했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은 물론이고 고객 만족도도 크게 개선됐다는 판단에서다. 이 밖에도 서울 롯데호텔 월드, 경기 수원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강원 속초 한화리조트 등 클로이를 도입하는 호텔이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국내 제조사인 베어로보틱스는 올해 새로 출시한 ‘서비 플러스’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리솜리조트, 세이지우드 호텔 등에서 베어로보틱스 제품을 쓰고 있다. 로봇 플랫폼 사업을 하는 KT는 LG전자와 베어로보틱스 제품을 기반으로 로봇을 활용한 호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올 4월 국내 최대 리조트인 제주신화월드에 LG전자와 함께 ‘AI 실내배송로봇’ 5대를 도입했다.
서비스업계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대부분 호텔에서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낄까 봐 로봇을 꺼리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막상 시범 도입 후 좋은 반응이 의외로 많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했다. 예를 들어 객실에서 식·음료 룸서비스를 받을 때 편안한 복장으로 물품을 수령할 수 있고 수건, 병따개 등 번거로운 요청을 할 때 생기는 미안함을 덜 느껴서 선호한다는 것이다.
● 엘리베이터 연동 등 고도화로 국산 선호
한국로봇산업협회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국내 서빙 로봇 시장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0∼60%로 추정된다. 국내 유통업체가 중국 푸두테크, 키논 등으로부터 가성비 좋은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기업들은 고부가 서비스를 앞세워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특히 층간 이동이 필요 없던 기존 서빙 로봇과 달리 이제는 로비와 객실을 혼자 오갈 수 있어야 하고 수백, 수천 개의 객실 관리가 필요한 호텔 시스템과 연동해야 하면서 업체들이 기능성이 높은 국산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층간 이동을 하려면 로봇과 엘리베이터 간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고 고장, 오류 등 나중에 생길 문제에 대한 사후관리(AS)도 고민될 수밖에 없다”며 “중국산이 서비스에 소홀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소통이 원활하고 즉각 대응이 잘된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를 우선시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로봇업계에서는 2021년 3000대, 지난해 5000대 수준이던 국내 서빙 로봇 수가 올해 1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국내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를 지난해 4억4000만 달러(약 5600억 원)에서 연평균 23.3%씩 성장해 2026년에는 10억3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