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각 결정 직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이정민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이태원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헌법재판소가 어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안을 재판관 9명 전원 일치로 기각했다. 헌재는 “핼러윈 참사는 특정인 때문이 아니라 매뉴얼·교육 부재 등 총체적 결과”라며 이 장관에게 법률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했다. 헌재 결정은 핼러윈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한 지 167일 만에 나온 것이다. 탄핵안 기각으로 이 장관은 직무에 복귀했다.
헌재의 탄핵심판은 정치적 책임이 아니라 법률적 책임 여부를 따지는 절차다. 이번 탄핵심판의 쟁점은 △헌법과 재난안전법상 재난예방·재난대응 조치 의무 위반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 의무 위반 여부 등이었다. 이 장관의 언행이 부적절했다는 일부 재판관의 비판은 있었지만, 장관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야3당 탄핵이 사전에 치밀한 법률적 검토 없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행안부 장관은 법률적 책임을 떠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자신의 지휘 책임은 언급하지 않은 채 “경찰과 소방인력 배치 부족이 사고 원인인지 의문” “폼 나게 사표” 등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이 장관 해임 건의를 일축하면서 정치적 책임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이 법적 책임의 멍에를 벗었다고 해서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장관 탄핵은 기각됐지만 참사의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이 추진 중인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에 대해 여당은 참사를 이용한 정치공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 장소를 놓고 유족들과 서울시는 아직도 대치 중이다. 여야는 헌재 결정을 둘러싼 정쟁을 접고, 참사의 상흔 수습을 위한 협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