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분기보다 0.6% 늘었다. 성장한 건 맞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많이 줄면서 나타난 전형적인 ‘불황형 성장’이다. 소비와 투자는 동시에 감소해 하반기 경기 반등 가능성을 어둡게 했다.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1.3%로 내린 데 이어, 어제 국제통화기금(IMF)은 1.4%로 작년 1월 이후 5번 연속으로 전망치를 낮췄다.
한국의 실질 GDP는 1분기 0.3%에 이어 2분기 연속 역성장을 면했다. 하지만 전 분기 성장을 이끌었던 소비는 0.1% 감소로 돌아섰고 설비·건설투자도 마이너스였다. 전 분기 플러스였던 수출 역시 1.8% 줄었다. 그런데도 성장한 건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4.2%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출 위축을 부른 반도체 불황, 침체된 중국 경제도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결국 얼어붙은 내수 소비와 투자를 살려낼 수 있느냐에 올해 경제의 성적표가 달렸다.
최근의 소비·기업투자 위축은 민간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진행된 3년간 한국 가계에 100조 원 넘는 초과저축이 쌓인 것으로 추산한다. GDP의 5%나 되는 막대한 금액이다. 팬데믹으로 소비할 기회가 줄었는데, 임금소득 등은 꾸준히 상승한 영향이다. 코로나19가 끝났는데도 이 돈이 소비 확대, 부채 상환에 쓰이지 않고 주택시장 불안을 키우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비스업은 제조업보다 경기 충격에 탄력성이 크고 그만큼 복원력도 강하다. 수출이 위축된 지금이 한국 서비스산업의 수준을 끌어올릴 좋은 기회다. 의료, 관광, 공연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투자가 늘어나도록 정부가 길을 터줘야 한다. 12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를 서두르고, 생산성 제고의 발목을 잡아온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