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극우 연정, 법안 강행 反정부 시위 격화에 물대포 진압 노조 “총파업”… 예비군들 복무 거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립정부가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사법 조정안을 크네세트(의회)에서 통과시킨 24일 경찰이 수도 예루살렘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이스라엘이 내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외의 거센 비판에도 24일 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 자신의 사법 위험을 낮추기 위한 ‘사법부 무력화’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에 25일 주식시장과 통화 ‘셰켈’ 가치가 일제히 하락했고 곳곳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미국도 우려를 표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반대파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에후드 올메르트 전 총리는 영국 ‘채널4’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이 현 정부를 불법으로 인식한다”며 현 상황을 ‘내전’으로 규정했다.
예루살렘, 텔아비브 등에서는 수만 명이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네타냐후 총리의 처사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독재에 빗대며 ‘인공기’를 들었다. 경찰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다. 한때 섬광 수류탄 사용까지 검토해 시위대를 분노케 했다.
24일 예비군 1만 명이 복무를 거부한 데 이어 이날도 수천 명의 예비군이 추가로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80만 명이 회원인 최대 노동 단체 ‘히스타드루트’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3일 “이스라엘을 분열시킬 수 있다”며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을 촉구한 바로 다음 날 네타냐후 총리가 법안 처리를 강행했다는 점에 불쾌감을 표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민주주의의 변화는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유감을 밝혔다.
이번 사태가 네타냐후 총리의 방미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말 세 번째로 집권한 네타냐후 총리는 앞선 두 번의 집권 때는 취임 직후 미국을 찾았다. 사법부 무력화 논란에 이번에는 약 8개월에 이르도록 초청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초청 사실을 공개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