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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지속성입니다. 몇 날 몇 일, 몇 달을 두고 매일 계속 반복되는 게 층간소음의 특징입니다. 항의를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신고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 채 오래 당하다 보면 정신과 병원에 가서 불면증, 우울증 등의 치료를 받게 되고, 심지어 ‘살의(殺意)’를 느낀다는 피해자 상담 사례도 매우 많습니다. 효율적이면서 현명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고문’ 같은 위층 층간소음, 어떤 때는 ‘살의’까지 느껴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여성입니다. 유방조직 수술을 하신 지 1년이 채 안 된 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오빠 때문에 제가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저의 고통은 올해 2월 윗집 5층에 새로 이사를 왔을 때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괴로운 소리는 2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이고, 또 하나는 주기적으로 탕! 탕! 탕! 벽에다 망치질하는 듯한 소음입니다. 아파트 관리소에 신고를 하고 이웃사이센터에 민원을 접수하고, 경찰을 불러도 아무런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자포자기 상태이며, 이러다 정말 살인이 날 것 같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하여 수면 시기를 놓쳐 생활 패턴이 망가져 수면 부족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집에서 편히 쉴 수 없다는 생각에 집은 이미 편안한 휴식처의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집에 편히 있을 수 없습니다.
소음을 신경 쓰지 않으려 음악을 틀어보고 TV를 틀어보았지만, 여전히 들릴 만큼 큰 소음입니다. 최근 3주간 경비실에 5번 이상을 신고하였습니다.하루에 두 번이나 조용히 해달라고 경비실에 요청도 해보았지만 1시간 정도만 조용히 할 뿐, 이후 소음은 계속됩니다. 개선의 태도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상한 것 중에 하나는 도대체 어디서 나는 지 알 수 없는, 주기적으로 탕! 탕! 탕! 벽에 망치질하는 듯한 소리입니다. 이 소리의 정체는 알 수가 없습니다.주기적으로 망치질 같기도 하고, 야구공이 발사되는 듯한 탕 탕 소리가 벽으로 다 전달되어 들립니다.
이 소리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계속 규칙적으로 ‘탕,탕,탕,탕’ 나는데, 이 소리가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들며 마치 고문을 하는 듯합니다. 이 소리는 특히 밤과 새벽에 심합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아침부터 새벽까지 하루 종일 규칙적으로 4~5초 간격으로 ‘탕,탕,탕’ 치는 소리를 내는데 어떻게 멀쩡한 정신으로 생활할 수 있겠습니까?
아침에 일어나기가 괴롭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니 평소 생활도 너무나 힘이 듭니다. 사람을 너무 괴롭힙니다. 남에게 피해 안주고 사는게 그리 힘든 건지요. ‘위층 사람들은 저와 저희 가족들을 죽이기로 작정한 악마’라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가끔 저도 제가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젠 저도 악마로 변할 것 같은 두려움입니다.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고 싶습니다.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이렇게 호소를 해봅니다.
입주 후 10년 이상 된 공동주택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 소음원 중의 하나인 급배수 배관에 발생하는 수격현상(워터 해머링)에 의한 소음입니다.
이럴 때는 아파트 공용 급배수 배관의 감압밸브(급배수의 압력을 줄이는 장치) 점검 및 교체, 그리고 세대내 설치를 권해드립니다. 먼저 관리소(또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통해 아파트내 공용 배관의 감압밸브를 검증해볼 것을 요청하고 필요한 경우 교체해달라고 해야합니다.
피해자 집 부엌의 싱크대 하부의 배관에도 감압밸브를 설치할 것을 권합니다. 감압밸브는 공용배관이나 세대내 배관 중 하나만 설치해도 현재 소음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감압밸브 설치와 더불어 피해자 집의 벽에 석고보드를 설치하면 현재 발생하는 아이들 뛰는 충격음, 급배수 소음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석고보드를 설치할 때에는 벽과 석고보드 사이에 일정 공기층을 확보한 상태로 설치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