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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정부연구소가 캠퍼스… UST 졸업생 산학연관 리더로 성장

입력 | 2023-07-27 03:00:00

설립 20주년 ‘국가연구소대학’
최첨단 인프라 활용해 연구
내국인 석박사 졸업생의 10%
과학 분야 출연연서 근무




한정열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우주망원경용 광학거울 연마실험 장비를 활용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UST 제공 

한국천문연구원에서 지난해까지 천문우주기술센터장을 지낸 한정열 책임연구원은 ‘조각거울 기술’의 권위자다. 우주 망원경은 크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십 개의 거울 조각을 이어 붙여 이미지를 포착해 정렬하는 방식으로 개발된다. 이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한국형 우주망원경’을 개발 중인 한 연구원은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1기 입학생이다.

한 연구원처럼 전국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연구자 가운데 UST 출신들이 늘고 있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은 UST는 26일 내국인 석·박사 졸업생 2375명 중 10%에 육박하는 220여 명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 연구원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UST의 설립 및 성장 배경을 보면 이처럼 정부출연 연구기관 출신이 많은 이유를 알 수 있다. UST는 국가연구기관과 연계해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미국 켈로그스쿨과 독일 막스플랑크 국제연구학교, 이스라엘의 파인버그스쿨, 일본의 총합연구대학원대 등을 모델로 2003년 세워졌다.

‘국가연구소대학’이라는 별칭은 UST의 역할과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난 표현이다. 학생들은 입학하면 교양 교육 등은 본원에서 받지만 전공 수강과 연구, 실험 등은 전국 30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학생들에겐 사실상 교육 현장이다 보니 ‘UST-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스쿨’이라고 부른다.

이주한 극지연구소 미래기술개발부장(책임연구원)이 남극에서 특수 설상차에 탑승해 숨겨진 크레바스를 탐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UST 제공 

극지연구소 미래기술개발부장인 이주한 책임연구원(UST 1기 입학생)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학위를 따면서 최첨단 실험 인프라와 국제협력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대체할 수 없는 UST만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일반 대학은 물론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들과도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UST의 탄생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기관들로선 연구만 해오다 교육 기능을 새롭게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참여 연구자들은 교수 직함도 받는다. 신희섭 UST 명예교수(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장)는 “열정과 창의력이 뛰어난 UST 학생들이 권위 있는 연구자로 인정받는 지도교수와 함께 주도적인 연구를 수행한다”며 “이런 시스템은 그동안 연구만 수행해 온 연구기관을 더욱 생동감 있게 진화시키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산업계로 진출하는 졸업생도 늘고 있다. 전기연접전달 분야를 세계 최초로 개척한 신경과학자 한경석 충남대 생물과학과 교수도 UST 출신이다. UST-KIST 스쿨에서 생체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후(포스트닥터) 과정을 거쳤다. 한 교수는 “UST-KIST 스쿨에서 신경생물학 전공에 필요한 핵심 연구 장비를 모두 활용할 수 있었고 연구원 내 여러 전문가와 수시로 토론하며 연구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UST-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스쿨을 졸업한 노성운 박사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책임연구원과 세계김치연구소 단장을 거쳐 현재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 최고기술경영자(CTO)로 활동 중이다. 그는 “다양한 연구진과 함께 수행한 연구 경험은 융합연구가 필수적인 바이오 분야에서 연구 시야와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김이환 UST 총장은 “졸업생들이 산학연뿐만 아니라 정부기관과 민간기업 등 각 분야에서 과학기술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며 “국가연구소대학만이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앞으로도 더욱 경쟁력 있고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만들어내는 인재를 배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