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수를 몰라도 코로나19의 유행 정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생활하수 속 코로나바이러스 농도를 조사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해 우리 정부도 올해 도입한 감염병 감시법이다. 7월 둘째 주(9∼15일) 검사에서 하수 속 바이러스 농도는 전주 대비 45% 늘었다. 실제 확진자 수도 19%가 늘며 하루 3만 명을 오갔다. 7월 18∼23일엔 6일 연속 4만 명이 넘었다. 다 끝난 줄 알았던 코로나가 한여름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원래 여름엔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낮아진다. 그럼에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우선 무더위와 장마가 반복되면서 에어컨을 켠 실내에서 환기를 하지 않고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인 것이다. 여기에 국내 및 해외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코로나의 이동 속도가 빨라지고 접촉 빈도도 늘었다. 우리나라만 유독 확진자 수가 급증한 게 아니고 집계 시스템이 느슨한 외국도 비슷한 추세일 것이라고 한다.
▷백신 효과도 떨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맞은 백신은 6개월이 지나 효과가 대부분 사라졌다. 또 요즘 코로나 확진자의 90%는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XBB 계열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올 1월 인도에서 시작된 XBB 계열은 전염력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보유 중인 개량백신(BA1, BA4/5)은 XBB 예방 효과가 많이 떨어진다. 3차 이상 접종했다면 10월부터 예정된 XBB 대응 백신을 맞는 게 낫다.
▷정부는 26일 코로나19 주간 위험도 평가를 27주 연속 ‘낮음’이라고 발표했다. 치명률, 중증화율 등이 평소처럼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자 증가 추세나 숨은 환자 등을 고려할 때 방역 조치를 일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확진자 격리를 권고에서 의무로 바꾸고, 동네 의원에서도 마스크를 쓰게 하는 것 등이다. 특히 고령자와 만성 질환자가 많은 요양시설의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이번 여름 ‘코로나 고개’를 어떻게 넘을지는 국민 각자의 몫도 크다. 당장은 사람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길이다. 노약자는 ‘반드시’다.
서정보 논설위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