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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하루 30만원 등락… 증시 뒤흔드는 2차전지

입력 | 2023-07-27 03:00:00

에코프로 주가 올해 1299% 급등
포스코홀딩스-LS 등도 상승 추세
코스닥 거래대금 26조 역대 최대
2차전지 과열 개미들 ‘빚투’ 늘어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2차전지 양극재 지주회사 에코프로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에코프로는 장 중 한때 전 거래일보다 25.33% 급등한 153만9000원까지 치솟았다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5.03% 하락한 12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2차전지 투자 열풍이 불면서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최근 2차전지 강세로 시가총액 최대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은 26일 하루 동안에만 70포인트 넘게 등락하며 크게 출렁였다. 올 들어 주가가 급등한 2차전지주(株)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2차전지 열풍이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 급증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주가 단기 급등에 따른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양극재 지주회사인 에코프로 주가는 이날 장 중 한때 전날보다 25.33% 급등한 153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오후 들어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결국 5.03% 하락한 12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에코프로비엠도 이날 28.35%까지 급등했다가 1.52% 떨어진 45만5000원에 장을 마쳤다. 포스코홀딩스도 장 중 한때 21.27% 급등한 76만4000원으로 꼭짓점을 찍은 뒤 63만 원(―4.26%)으로 고꾸라졌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역대 최다인 1480개 종목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26조2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앞서 25일 장중 130만 원을 넘어선 에코프로 주가는 올 들어 1299% 올랐다. 에코프로비엠(44조5000억 원)과 에코프로(32조7000억 원)는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를 달리고 있다. 또 다른 계열사 에코프로에이치엔을 합친 3사의 시가총액은 코스닥시장의 18%를 차지하는 등 2차전지주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차전지 열풍은 관련 소재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력기기, 전자부품 제조업체들을 자회사로 둔 LS는 ‘제2의 에코프로·포스코홀딩스’로 주목받으며 25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LS가 2차전지 소재업체 엘앤에프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사업 진출 계획을 밝힌 게 계기가 됐다.

개인 투자자들의 2차전지 열풍은 빚투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9조9410억 원에 달한다. 올 4월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투자 위험이 부각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 원대에서 18조 원대로 낮아졌다가 최근 2차전지 종목을 중심으로 다시 늘고 있다.

2차전지 열풍의 요인에는 전기자동차 점유율 확대에 따른 2차전지 수요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함께 팬데믹 이후 소비가 줄면서 가계에 누적된 초과 저축(기존 저축 수준을 넘어서는 저축분)이 최대 129조 원에 달하는 등 개인 투자자들의 여윳돈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2차전지에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투자 심리가 불을 지폈다. 한 대형 증권사의 수석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지배하면서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2차 전지주들이 왜 오르는지, 언제까지 오를지 분석하는 일도 더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에코프로의 경우 올 5월 이후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주가가 단기간에 과도하게 오른 만큼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5년 바이오 종목 쏠림 현상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 실적에서 벗어나는 주가 흐름은 결국 다시 조정을 받으면서 원래 가격으로 원상 복귀하는 법”이라며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할 위험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