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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최강’ 이 예비군 1만명 복무거부… 사법부 무력화 반발

입력 | 2023-07-27 03:00:00

네타냐후 총리 입법강행 후폭풍
軍의 중추 이탈에 안보공백 우려
이란-하마스, 이스라엘 상황 주시
美선 “군사원조 재고해야” 주장도



지난달 19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사법 조정안 반대 시위에서 이스라엘 예비군들이 복무 거부 선언에 동참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강행한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따른 거센 반발이 ‘중동 최강’으로 꼽히던 이스라엘군의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군 수뇌부는 동요하는 군인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스라엘에 연 38억 달러(약 4조9400억 원)의 군사 지원을 하고 있는 미국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사법부 무력화 입법 강행에 반발해 복무 거부 서명에 동참한 예비군은 최근 1주일 동안에만 최소 1만1000명이 넘는다. 이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대 정보기관인 모사드와 신베트 등 전직 안보 고위 관리 또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예비역들의 집단 행동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912만 명인 이스라엘에서 예비군의 수는 40만 명으로 현역(18만 명)보다 2배 이상 많다. 안보 태세를 갖추는 데 있어 예비군의 중요성이 지대하다. 전투기 조종사, 정보 분석가, 특수부대의 예비역들은 아랍권과 오랫동안 대치해온 이스라엘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법부 무력화 법안의 강행이 군 사기를 떨어뜨리고 군 내부의 분열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에는 비상이 걸렸다.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은 예비군들을 향한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이 하나로 단합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이슬람 국가가 가득한) 중동에서 국가로 존재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복무 거부 철회를 호소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예비군들이 마음을 돌렸을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NYT는 진단했다.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주변 중동 주요국은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고위 관리가 3시간 동안 만나 이스라엘의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전했다.

WSJ 등에 따르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최근 이스라엘 접경지대에서 조용히 병력을 증강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한 헤즈볼라 대원도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의 최대 우방인 미국도 우려 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25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통화를 하고 “현 갈등을 정치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마틴 인디크 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는 CNN에 “이스라엘이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제는 두 발로 설 때”라며 미국의 군사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