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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8시 퇴근시간 도로점거 시위 제한 추진

입력 | 2023-07-27 03:00:00

대통령실, 집회요건 강화 입법 권고




대통령실이 26일 도로 점거, 소음, 새벽·심야 집회·시위의 요건과 제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회 시위에 관한 법령을 개정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퇴근 시간대인 오후 5∼8시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대규모 집회·시위를 제한하고, 주거지 인근 등의 소음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 출범 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시위가 계속된 가운데 정부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집회 개최 요건을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승규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은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에 ‘국민불편 해소를 위한 집회·시위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이용 방해와 주요 도로 점거 △확성기 등으로 인한 소음 △심야·새벽 집회 △주거지·학교 인근 집회 등에 따른 피해 방지도 요청했다.

경찰은 ‘불법 전력 단체’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강 수석은 “불법 집회·시위 벌칙 규정에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단속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3일까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을 토론에 부쳤다. 총투표 수 18만2704표 중 71%(12만9416표)가 집회·시위 요건 및 제재 강화에 찬성했다.





집회 소음 기준 80→70dB 강화… 1시간 2회 초과땐 중지 명령


대통령실, 집회 요건 강화 권고
尹 “불법시위 단호 대응” 강조에
시민들 불편 도로점거 차단 주력
野 “국민 목소리 말살 의도” 비판

대통령실이 26일 집회·시위 요건 강화를 권고한 것은 집회의 자유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일반 시민의 사생활의 자유나 건강권도 충실히 보호받아야 할 핵심 기본권이라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다. 5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건설노조의 광화문 세종대로 등 서울 도심 1박 2일 ‘노숙집회’를 기점으로 시위 규제 강화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국민제안에 쏟아지자 정부 여당이 해법을 찾아 나선 것. 윤석열 대통령이 5월 민노총 집회 당시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與, 최고 소음 기준 10dB 낮추는 법안 발의

정부 관계자는 “국무조정실과 경찰청이 향후 논의해 마련할 집회·시위 관계 법령 개정에서 핵심은 소음 기준 강화와 도로 통제 기준 강화”라고 말했다. 경찰은 국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퇴근시간대인 오후 5∼8시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대규모 집회·시위를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 권고 중 최우선 순위는 직장인 등의 퇴근이 몰리는 오후 5∼8시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직장인 등 퇴근이 오후 6시경부터 시작된다고 보고 지금도 오후 5시 이후 교통 불편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대규모 집회에는 금지를 통고해 왔다. 민노총이 7월 총파업 기간을 맞아 신고한 집회·행진 36건 중 28건에 대해 “출퇴근 시간대 원활한 차량 소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부분 금지 통고를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민노총 등이 신고한 집회에 대해 이달 4, 7, 11, 14일 광화문에서 일부 조건을 달아 오후 5시 이후 집회를 허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집시법 5조에 보면 집단적인 폭행, 협박 등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시위의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퇴근 시간대 집회의 경우 명백하게 공공의 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집회 최고 소음 dB(데시벨) 기준을 높여 집회·시위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청은 올 2월 “과도한 집회 소음으로부터 사생활의 평온을 보장하겠다”며 주거지역 등에서의 평균 소음 측정 시간을 10분에서 5분으로 줄이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1시간에 3회 이상 최고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만 집회 중지를 명령하는 현행 최고 소음도 측정 기준을 1시간에 2회 이상으로 강화하는 시행령도 입법 예고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주거지역, 학교, 종합병원의 최고 소음 기준을 현행(야간 80dB 이하, 심야 75dB 이하)보다 10dB씩 낮추는 법안 등을 발의했다.

● 야당 “집회 자유 옥죄어 국민 목소리 말살”

‘불법 전력 단체’의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5월 기자간담회에서 “(민노총) 건설노조처럼 불법 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를 금지 또는 제한하겠다”고 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헌법 37조와 집시법 5조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별도의 법 개정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정한 시간이나 장소를 시위대가 벗어나면 처벌하는 규정을 집시법에 명확하게 적시하고, 경찰의 직무집행 재량권 강화도 추진된다.

여야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집회·시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만약 이로 인해 공공질서를 해치고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면 이는 자유가 아닌 ‘방종’”이라며 “시행령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중대한 사안을 지지자들의 세몰이장으로 전락한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진행한 3주의 토론 결과로 밀어붙이겠다니 기가 막힌다”며 “집회의 자유를 옥죄어 국민의 목소리를 말살시키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집시법 개악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