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스턴 마틴, 1951년부터 ‘V’로 시작하는 모델명 붙여 브랜드 탄생 110주년 맞아 신모델 ‘발러’ 110대 생산 전기차도 전통 이어가… ‘밸런’ ‘뱅가드’ 등 상표 등록
브랜드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한정 생산되는 애스턴 마틴의 최신 모델 ‘발러’.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애스턴 마틴의 모델 이름에 처음 V로 시작하는 단어가 쓰였던 때는 1951년이다. 당시 애스턴 마틴이 만들고 있던 DB2에 고성능 모델이 추가됐는데 이를 일반 모델과 구분하도록 붙인 별칭이 밴티지였다. 밴티지는 당시 애스턴 마틴 직원이 제안한 것으로 ‘유리함’ 또는 ‘우월함’을 뜻한다.
1988년에는 비라지라는 이름이 첫선을 보였다. 1969년부터 애스턴 마틴의 대형 그랜드 투어링 모델 자리를 지켰던 DBS와 AM V8의 자리를 20여 년 만에 넘겨받은 새 모델의 이름이었다. 비라지는 당시 애스턴 마틴 회장이었던 빅터 건틀렛이 여러 제안 가운데 직접 선택한 것으로 프랑스어로 ‘커브’ ‘회전’ 등을 뜻하는 말이다.
21세기에 들어선 이후로 V에 담긴 뜻은 더 용맹스러워졌다. 2001년에 스포츠카 라인업 최상위 모델 계보를 이어 새로 나온 뱅퀴시의 이름에는 ‘정복하다’ ‘무찌르다’ 등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강력한 성능과 박력 있는 스타일과 잘 어우러지는 뜻이기도 하지만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의 모델 이름으로 쓰기엔 경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물론 애스턴 마틴은 부정적 의견에 아랑곳하지 않고 2012년에 나온 새 기함의 이름으로 다시 뱅퀴시를 선택했다.
애스턴 마틴 ‘브이(V)’ 모델의 시발점이 된 ‘DB2 밴티지’. 애스턴 마틴 제공
그리고 올해 7월 11일에는 애스턴 마틴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V 모델이 공개됐다. 새 모델의 이름은 발러로 전쟁터에서의 용기와 용맹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가져왔다. 발러는 애스턴 마틴이 거쳐온 110년 세월의 흔적들을 돌아볼 수 있는 디자인과 기술적 특징을 담고 있다. 앞서 선보인 빅터를 연상케 하는 외모는 1980년대의 V8 밴티지와 그 모델을 바탕으로 만든 르망 24시간 경주 출전차인 RHAM/1 등 애스턴 마틴이 만들었던 특별한 차들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발러는 무엇보다도 내연기관 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모델로서 고성능 럭셔리 스포츠카의 상징적인 V12 엔진을 차체 앞쪽에 놓고 수동 변속기를 갖췄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최근 스포츠카의 기술적 흐름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지나간 스포츠카의 황금기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라는 게 애스턴 마틴의 설명이다. 애스턴 마틴은 탄생 110주년을 기념한다는 의미를 담아 발러를 110대 한정 생산할 계획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