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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행안부, 참사 아무도 책임 안 지고 ‘안전 대혁신’ 가능할까

입력 | 2023-07-28 00:09:00

기각 결정 직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이정민 10·29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국회에서 이태원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형사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5일 헌법재판소 탄핵 기각 직후 업무에 복귀해 일성(一聲)으로 재난관리체계를 사후 수습에서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재난관리에서 예방이 중요하지 않던 때가 없다. 행안부는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예방을 강조했지만 번번이 말뿐이었다. 예방 중심으로의 전환은 의지가 아니라 실행이 중요하다.

행안부는 재난관리를 총괄하는 부서이지만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 장관을 비롯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일선(一線) 경찰에게만 책임을 지웠다. 그러나 실효성 있는 재난관리체계를 세우고 재난 시 그 체계의 작동을 보장할 책임은 윗선에 있다.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하지만 참사의 조짐도 알아채지 못한 사람들이 어떤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은 채 안전 혁신안을 낸다는 게 모순적이다.

이 장관은 판사 출신으로 안전 전문가가 아니다. 한창섭 차관은 행정 전문가다. 행안부 장차관이 반드시 안전 전문가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평균적 안전 감각은 갖고 있어야 한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 때 자택에서 택시를 타면 15분 만에 현장에 갈 수 있는데도 일산 사는 수행비서가 올 때까지 105분을 기다렸다. 한 차관도 지체한 장관을 대신하지 못했다. 그런 장차관이 안전 대혁신안을 짜겠다고 하니까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이다.

행안부는 박근혜 정부 초기에 잠시 안전행정부가 된 적이 있지만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행안부로 돌아왔고 윤석열 정부로 이어졌다. 행안부에서는 늘 안전의 우선순위가 행정보다 뒤로 밀렸다. 이런 관념에 젖어 있는 조직에서 재난관리체계의 혁신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재난관리체계의 혁신에 앞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자연재난관리체계가 기후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회재난에서도 사회변화를 쫓아가지 못해 이태원 참사를 맞았다. 경찰과 소방 중심의 안전은 사후 수습에 치중한다. 재난 총괄 부서가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권한과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짜지 못하면 예기치 못한, 그래서 윗선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참사가 언제 어디서 또 벌어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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