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순이익 9조 돌파 시장 전망 웃돌아… ‘이자 장사’ 덕 충당금 2배 늘렸는데도 실적 선방 당국, 연체율 상승에 추가적립 요구
KB금융·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1∼6월) 9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순이익이 3.8% 증가한 것으로 시장의 전망을 뛰어넘었다. 최근 연체율 상승으로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는 가운데 하반기(7∼12월) 상생금융 조기 집행 압박도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B금융은 올 상반기에 2조9967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지난해 상반기보다 순이익이 12.2% 늘었다. 하나금융도 순이익이 17.0% 늘며 2조 원을 넘어섰다. 반면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2.1%, 12.7% 순이익이 줄었다.
4대 금융지주는 올 상반기 대손충당금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96.6% 많은 3조9242억 원 적립한 상황에서도 실적을 선방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세가 연말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하반기엔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는 돈으로 대손충당금이 많아지면 순이익이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에 따라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이례적 위기 상황’까지 고려해 대손충당금을 쌓으라”는 취지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공동으로 마련한 태스크포스(TF) 결과를 각 은행에 지침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이례적 위기 상황이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을 뜻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 대손충당금을 더 늘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적 호조에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상생 금융’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금융권에서) 이미 발표된 상생금융 방안을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들의 수익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으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은행 자체적으로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만 의존하지 않는 경영을 해야 하고, 당국 역시 이에 대한 꾸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