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만 3차례… “가스라이팅 당해” “개인번호로 수차례 학부모 전화” 학교는 “얼른 번호 바꾸라” 권유만
올해 23세인 새내기 여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 20일 오후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학교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렸고, 일대에는 ‘동료 교사’ 리본 등이 달린 화환 수백 개가 놓였다. 뉴스1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1학년 담임교사 A 씨(25)가 지난해부터 담당 학생과 학부모 등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며 총 10차례 학교에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이달 18일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이달에만 3차례 상담이 진행됐다.
27일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5월부터 업무 관련 상담 10건을 학교에 요청했다.
지난해 2건에 그쳤던 업무 상담은 올 들어 8건으로 급증했다. 학기 시작 직후인 올 3월에는 “화내고 짜증 내며 막말하는 B 학생이 있다”며 부장교사와 상담을 진행했다.
올 7월 A 씨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상담할 때는 “C 학생과 C 학생의 부모가 자꾸 선생님 잘못이라고 한다. 자꾸 들으니 내 탓이란 생각이 들고 가스라이팅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B 학생 관련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달 상담에서 A 씨는 “B 학생이 이제 학급에서 ‘금쪽이’(교사들 사이에서 가장 힘든 학생을 지칭하는 표현)가 됐다. 학부모에게 연락했을 때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서 말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특히 이달 12일 A 씨 학급에서 한 학생이 연필로 뒷자리에 앉은 학생의 이마를 긋는 사건이 발생했고, A 씨의 주선으로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 부모가 직접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가해자 측 사과로 원만히 해결됐지만 이후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상담에서 “놀랐고 소름이 끼쳤다”고 했으나 학교 측은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만 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