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보다 오래된/문선희 지음/196쪽·2만9000원·가망서사
“노루였어? 아니면 고라니?”
2013년 어느 날 산길을 운전하던 저자는 도로 위에 뛰어든 한 동물과 맞닥뜨렸다. 그땐 철석같이 사슴이라고 생각했는데, 얼마 뒤 그가 본 동물이 노루인지 고라니인지 묻는 지인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이 동물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다.
사진작가인 저자는 그날 이후 10년간 충남 서천군 국립생태원과 전남 순천시의 전남야생동물구조센터, 비무장지대(DMZ)를 다니며 고라니를 찍었다. 그리고 고라니 200여 마리를 만난 순간을 50여 마리의 사진과 함께 책에 담았다.
도로 위에 툭 튀어나와 운전을 방해하고, 작물을 먹어치워 농가에 피해를 주는 동물로 여겨져 온 고라니에게 생명을 불어넣은 책이다. 저자는 고라니의 얼굴을 기록하는 ‘널 사랑하지 않아’ 프로젝트 등으로 올해 제13회 일우사진상(다큐멘터리 부문)을 받았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