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끝]‘모두의 미래’ 고령자 돕는 기술 ‘고령 친화형’ 집수리 하는 청년들 몸은 늙는데 집은 젊었을 적 그대로 신체특성-생활습관에 맞게 고쳐야
지난달 20일 서울 성북구의 김쌍례 할머니 집을 찾은 김진구 씨(왼쪽). 김 씨와 직원들은 무릎, 허리, 손목 등의 통증을 겪는 할머니가 화장실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변기 옆에 ‘안전손잡이’를 설치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김쌍례 할머니(75)의 집 화장실에서 손잡이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허리가 살짝 굽은 김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바닥에 펼쳐진 공구들 사이를 다니며 작업 중인 세 청년 옆을 지켰다. “믹스 커피 타줄까? 커피 마시면서들 해요.”
이 청년들은 고령자들이 집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실내 디자인을 해주는 스타트업 ‘에이징인플레이스’ 직원들이다. 이날 작업 장소는 김 할머니가 자주 넘어지는 화장실이었다. 무릎과 허리 수술 후 거동이 자유롭지 않은 김 할머니는 “변기에 앉았다 일어나거나 샤워를 하고 나서 잡을 곳이 없다. 수건걸이를 잡고 겨우 욕실 밖으로 나온다”고 했다.
고령으로 신체적 제약이 생기면 그에 맞게 가구 배치를 바꾸거나 손잡이 설치 등 변화가 필요한데 이런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많다. 회사를 창업한 김진구 씨(34)는 “노인들은 불편을 느끼면서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면 다 그렇지’ ‘그냥 하던 대로 살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의 화장실에 설치된 간이 의자와 안전 손잡이. 허리가 아픈 김 할머니가 앉아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접었다 펼쳤다 할 수 있는 간이 의자(왼쪽)와 목욕을 한 후 화장실 밖으로 나올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
독거노인의 집에는 싱크대 앞에 조그만 의자가 있는 경우가 있다. 허리가 굽는 등 키가 작아져 예전에는 잘 맞던 싱크대가 이젠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이럴 땐 싱크대 높이를 낮춘다. 현관 신발장 앞에 의자를 갖다놓는 것만으로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바닥을 짚고 일어나다 손목이나 허리를 삐끗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권오정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노인이 되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신체 기능도 떨어지는데 집은 과거 건강했던 신체에 맞춰져 있다보니 몸과 집 사이의 괴리가 커진다”며 “손잡이나 의자 설치가 사소해 보이지만 노인이 집에서 안전하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장애의 빈틈을 기술과 디자인으로 채우며 다시 일어선 ‘다른 몸의 직업인’ 5명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봇팔을 한 사이클 선수, 시력을 잃어가는 작곡가, 손을 못 쓰는 치과의사, 휠체어를 타는 ‘걷는 로봇’ 연구원과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 부서진 몸으로 다시 일어선 이들은 말합니다. 삶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고.
<특별취재팀>▽기획·취재 신광영 neo@donga.com 홍정수 이채완 기자
▽사진 송은석 기자
▽디자인 김수진 기자※아래 주소에서 [장애, 테크로 채우다] 전체 시리즈와 디지털로 구현한 인터랙티브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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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