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곧 한국 떠나는 ‘국내 1호 아기판다’ 중국 정부의 ‘판다 외교’ 1941년 미국에 감사의 뜻으로 기증 중국이 전 세계 판다 소유권 갖고 “생후 24개월 후 송환” 규칙 정해
중국 ‘판다 외교’는 중화민국(中華民國·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 제국이 무너진 뒤 1912년 세워진 공화국) 시절 시작됐다. 장제스(蔣介石) 당시 중화민국 국민정부 주석(이후 대만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宋美齡) 여사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41년 미국에 대한 감사 표시로 판다 한 쌍을 기증한 것이 처음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개국한 중국공산당도 1972년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자 판다 한 쌍을 우호의 선물로 미국에 보낸 이후 적극적으로 판다 외교를 펼치고 있다. 현재 세계 20개국에 63마리가 존재한다. 한국에도 2016년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을 도모한다는 상징으로 암컷 아이바오와 수컷 러바오를 보냈다.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판다가 푸바오다.
중국은 1980년 판다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이후 대여 형식으로만 판다를 해외에 내보내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 임대만 가능하며 임대료는 연간 100만 달러(약 13억 원)다. 돈을 낸다고 무조건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상대국과의 외교 관계, 동물원 환경, 사육 능력 등을 고려해 선택하고 있다.
중국은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판다에 대해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한 동물 종(種) 전체 소유권이 국가에 있는 일은 매우 드물다. 판다 외교를 위해 해외에 보낸 판다와 그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소유권 역시 중국에 있다. 중국은 중국 밖에서 태어난 판다는 생후 24개월이 지나면 중국으로 송환하도록 해당 국가에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푸바오도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예외는 없었다.
일본에서도 푸바오 처지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17년 6월 일본 우에노 동물원에서 태어난 판다 샹샹은 중국에서 빌려온 리리와 싱싱을 각각 아빠 엄마로 뒀다. 샹샹은 생후 6개월째부터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돼 일본에서 판다 열풍을 일으킬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 규정에 따라 올 2월 중국으로 돌아갔다. 미국 워싱턴 국립 동물원에서 태어난 수컷 판다 베이베이와 그 누나 바오바오, 형 타이산도 2010∼2019년에 순차적으로 중국에 송환됐다.
중국은 벌써부터 푸바오 맞이에 나섰다. 20일 푸바오의 세 번째 생일을 맞아 중국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와 중국중앙(CC)TV는 푸바오 성장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공식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이 영상에는 댓글이 4000여 개나 달리는 등 호응이 컸다.
판다 외교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판다는 가족 친구와 유대 관계가 돈독하며 영리하고 사회적인 동물”이라면서 “선물처럼 주고받는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민족 인권 탄압 문제나 대만해협 문제 등을 희석시키기 위해 판다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낸시 메이스 미국 하원의원(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은 ‘아기 판다 중국 송환 금지 법안’을 발의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