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 물가 비상] 원유 가격 9.8%인상 10월 적용 우크라戰에 사료비 급등 영향 정부, 업계에 “과도한 인상 자제를”
우유 원재료가 되는 원유(原乳)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L당 1000원을 넘기며 시중 흰 우유 1L짜리 가격이 3000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빵, 커피, 아이스크림 등 우유 함유 제품 가격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8일 우유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27일 원유 기본가격 조정 협상 소위원회 11차 회의를 열고 음용수용 원유 가격을 L당 88원 올린 1084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보다 9.8% 올린 수준으로 지난해(5.2%)에 이어 2년째 2013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으로 올렸다. 다만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10월 1일부터 인상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우유업체들을 소집해 “원유가격 인상이 흰 우유 가격의 과도한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흰 우유 대형마트 판매가(1L) 3000원 돌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대형마트에서 서울우유 1L들이 가격은 2890원으로 이미 3000원에 육박했다.
라테 같은 커피류나 빵,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원유 값이 오르며 아이스크림 등 일부 제품이 20%가량 올랐었다. 농식품부는 우유 가공제품은 원유 비중이 낮거나 국산보다 싼 수입 우유가 들어가 원유 가격 상승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유식빵 등 원유 함량이 높은 상품은 우유가 원가의 30∼50%가량을 차지하는 데다 신선도 문제로 수입 우유를 사용하지 못해 물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원유 가격 상승은 사료비 등 제조비 인상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생산비 인상분에 사료비 상승이 70.1%를 차지했다. 국내 사료 자립률이 5% 안팎으로 세계 5위권 사료 수출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가격이 올랐다. 여기에 원유 생산비 증가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원유 가격 연동제의 특성도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생산비는 매년 올라 수요가 줄어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연동제가 시행된 2013년 이후 원유 가격은 37.3% 올랐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