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김영호 신임 통일부 장관을 임명했다. 현 정부 들어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이뤄진 15번째 장관급 임명이다. 야당은 김 장관의 적대적 대북관과 불성실한 자료 제출을 들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대화·교류·협력을 담당하는 4개 조직을 통폐합하고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방향을 발표했다. 이 개편에 따라 통일부는 정원의 15% 수준인 80여 명을 감축한다.
대북 강경론자인 김 장관 취임에 맞춰 내놓은 통일부 조직개편안은 윤 대통령이 한 달 전 통일부 장차관과 대통령통일비서관을 모두 외부 인사로 교체하고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은 안 된다”며 대대적인 변화를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통일부는 이미 1급 상당 고위직 6명의 사표를 받았고,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특히 교류협력국과 남북회담본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대북 대화·협력 조직은 사실상 해체 수준으로 축소된다. 그 대신 장관 직속 납북자 전담조직이 신설돼 인권을 내건 대북 압박 중심으로 통일부의 역할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축소 개편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한 채 도발을 일삼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일 수 있다. 통일부 측도 유연하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 차원으로 여겨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와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극심한 굴곡을 겪어왔던 통일부의 그간 궤적에 비춰 보면 이미 오래전에 예고됐던 운명이었을 것이다. 이번 개편을 두고 이명박 정부 시절 폐지까지 거론되다 대규모 정원 감축을 감수해야 했던 통일부의 수난기, 나아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뤄지는 국가정보원의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떠올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