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극초음속미사일 등 과시 김정은, 中-러 대표와 나란히 참관 핵미사일 개발 용인 상징성 부각 김정은 육성 없이 국방상이 연설
북한이 27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국해방전쟁승리 70돌’ 열병식에서 핵 무인 수중공격정(핵어뢰) ‘해일’로 추정되는 무기를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이 무기가 등장하자 “핵 무인 수중공격정종대가 고도쳐 진군한다”며 “무자비한 징벌의 해일로 가증스러운 침략선들을 모조리 수장해 버릴 공화국 핵전투무력의 중요한 초강력 절대병기”라고 소개했다. 노동신문
북한이 27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 열병식’에서 ‘핵어뢰’를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 투발 무기를 대거 과시했다. 이날 오후 8시부터 2시간여 동안 열린 열병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나란히 참석해 행사 내내 각별한 친밀감을 표하는 등 북-중-러 밀착 관계를 강조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시작으로 ‘6연속 야간 열병식’을 이어오고 있다.
● ‘핵어뢰’ 열병식에 첫 등장
북한이 새로 공개한 신형 무인기(점선)가 열병식이 열린 평양 김일성광장 상공을 날고 있다. 뉴스1
이 밖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극초음속미사일, 초대형방사포, 순항미사일, 신형 전차 등도 줄줄이 등장했다. 행사장 상공엔 26일 김 위원장과 러시아 대표단이 참관한 ‘무장장비전시회’에서 공개된 신형 무인정찰기(북한판 글로벌호크)·무인공격기(북한판 리퍼) 여러 대가 시위비행을 했다.
앞서 올해 2월 건군절 75주년 야간 열병식에선 화성-17형 11기, 화성-18형 4, 5기 등 역대 최대 규모의 ICBM이 동원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현재로선 2월 열병식 규모엔 못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열병식에 동원된 무기장비의 구체적 현황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 김정은 좌우에 중-러 대표단 포진
김 위원장은 이날 검은 양복을 입은 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의 오른쪽엔 군복 차림의 쇼이구 장관이, 왼쪽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리훙중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이 자리 잡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 도중 환한 표정으로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악수를 하는 등 북-중-러 간 결속을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2월 건군절 열병식에 참석했던 김 위원장의 아내 리설주와 딸 주애는 보이지 않았다.
홍 실장은 “기존 열병식은 리설주, 김주애 등을 동원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축제적 분위기였다면 이번엔 중-러와의 밀착 행보 과시를 통한 실용적인 외교안보 메시지에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의 육성 연설은 없었다. 강순남 북한 국방상은 연설에서 “미제와 ‘대한민국’의 역적들은 감히 우리 국가의 정권 종말에 대해서까지 떠들면서 미친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그 누구의 정권 종말에 대해 입에 올리기 전에 자기의 멸망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이며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 했다.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정권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는 한미 경고를 ‘미 본토 핵타격 협박’으로 맞받아친 것. 외교가에선 “미국 등 국제사회가 러시아, 중국을 비난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직접 메시지를 내지 않는 등 수위를 조절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군 관계자는 “같은 시간대 6·25전쟁 발발 초기 ‘스미스 특임대(특공대)’가 도착했던 부산 영화의전당(옛 수영비행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정전 70주년 기념식을 의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