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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반등 불씨 30대가 댕겼다

입력 | 2023-07-29 16:29:00


전국 아파트 값이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7월 1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전보다 0.02% 올랐다. 지난해 1월 24일 이후 줄곧 내리막이던 아파트 가격이 1년 6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서울은 도봉구를 제외한 24개 구가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방에선 그간 하락폭이 컸던 세종시 등 충청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아파트 값 상승세 주도하는 강남 3구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시스]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는 곳은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다. 이곳 아파트 값은 4월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고 반등폭도 두드러졌다. KB국민은행이 조사하는 선도아파트50 지수는 7월 들어 1% 올라 202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 선도아파트50 지수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등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가격 변동률이 반영돼 있다. 이처럼 집값이 상승세로 전환된 것은 지난해 급등한 금리가 점차 안정세에 접어든 점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정부의 대출규제 완화 기조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훈풍이 분 것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지속적인 상승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다. 불안한 경제 상황과 가계부채 증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변수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다만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 급등으로 집값 하락 경고가 나올 때와 비교하면 반등 전환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가 17억 원대에 거래되자 “집값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들어 같은 평형대 거래가가 다시 23억 원대를 회복되면서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전고점(26억 원)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최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여전히 부동산시장의 심리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3373건으로 지난해 1년 거래량 1만5384건의 87%에 육박해 지난해보다 거래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평균치에는 못 미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건수는 연간 8만 건, 월 기준 6700건 정도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보면 5월까지 서울 아파트가 3만 건 이상은 거래돼야 평균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 30대가 40대 추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동아DB]

그렇다면 현재 집값 상승세를 주도하는 수요자는 과연 누구일까. 아파트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여전히 집값 하락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음에도 서울 아파트 매입에 적극적인 이들은 30대다. 주춤했던 30대의 주택 매입 열기는 지난해 9월 이후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올해 들어서도 줄곧 서울 아파트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 연령별 매매 비율을 보면 지난해 9월 30대가 27%(230건)로 40대(23%·193건)를 누르고 가장 적극적인 매입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5월에도 30대가 전체 아파트 거래량의 35%(1286건)를 차지해 시장을 주도했고, 40대(29%·1089건)가 그 뒤를 이었다. 30대의 적극적인 매입 행렬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연령별 매매 건수를 살펴봐도 올해 2월을 기점으로 30대의 매매 건수가 40대를 넘어섰다. 이제 주택시장의 흐름은 30대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현상은 바로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증가세다. 부동산R114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25%(3385건)가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것이다. 서울에서도 외지인의 투자 대상으로 가장 핫한 곳은 역시 강남구였다. 5월까지 강남구 거주자의 강남 아파트 매입 비율은 35%(298건)였고, 강남 외 서울 거주자는 40%(338건), 서울 외 지역 거주자는 25%(213건)였다(그래프 참조). 2006년 이후 강남 아파트 매입자의 거주지 분포를 보면 강남구 거주자가 47%, 강남 외 서울 거주자가 30%였고, 서울 외 지역은 22%에 그쳤다. 최근 강남 외 서울에 사는 이들의 강남 아파트 매입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강남 아파트는 강남 이외 서울에서, 서울 아파트는 서울 외 지방에서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며 올해 집값 반등세를 이끌었고 여기에 불씨를 댕긴 연령대는 30대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가격이 급락해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격차가 줄었다. 그러자 입지가 우수한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필자 주변에도 “마포구 아파트를 처분하고 송파구 잠실로 이사 가겠다” “분당신도시 대형 평형을 팔고 자금을 보태 서울 강남권으로 이동하겠다”는 수요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 데이터나 경험에 비춰볼 때 강남권처럼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은 가격 하락기에도 대기 수요가 많아 빨리 반등한다. 본격적인 상승기에 접어들면 가격 오름폭이 큰 것은 물론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똘똘한 한 채로 옮겨가면 세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재산 포트폴리오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집 마련=투자 일환” MZ세대 부동산觀


당장 집값 등락을 떠나 필자가 예의주시하는 시장 변화가 있다. 바로 30대의 발 빠른 움직임에 따라 주택시장 변화 속도도 이전보다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이 용산, 분당, 강북 등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됐다. 당시 부동산시장을 분석한 연구 결과들도 이 같은 시차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오늘날 강남 아파트 실거래가를 전국 모든 사람이 시차 없이 즉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30대를 비롯한 젊은 층은 부동산 전문가나 다른 투자자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현 시장 상황에 맞는 대안을 찾고 있다.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던 부모 세대와 달리 주택 매입을 투자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적잖다. 이들은 직장이 그렇듯, 집 또한 평생 한자리에 정착해 사는 곳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런 가치관의 변화와 행동 패턴이 주택시장 변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새로운 투자관을 가진 젊은 세대의 움직임이 주택시장 반등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별 부동산 가격 격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목적이 어떠하든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자의 니즈는 다양해지고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의 질과 형태 또한 거기에 발맞춰 발전하지 않으면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에서도 바야흐로 MZ세대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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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0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