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값이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 따르면 7월 17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전보다 0.02% 올랐다. 지난해 1월 24일 이후 줄곧 내리막이던 아파트 가격이 1년 6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한 것이다. 서울은 도봉구를 제외한 24개 구가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방에선 그간 하락폭이 컸던 세종시 등 충청권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아파트 값 상승세 주도하는 강남 3구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 [뉴시스]
다만 눈여겨볼 점은 지난해 하반기 금리 급등으로 집값 하락 경고가 나올 때와 비교하면 반등 전환 속도가 빨랐다는 것이다. 가령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84㎡가 17억 원대에 거래되자 “집값 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들어 같은 평형대 거래가가 다시 23억 원대를 회복되면서 시장에서는 머지않아 전고점(26억 원)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강남 일부 재건축 단지의 경우 최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거래량만 놓고 보면 여전히 부동산시장의 심리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3373건으로 지난해 1년 거래량 1만5384건의 87%에 육박해 지난해보다 거래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평균치에는 못 미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2006년 이후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건수는 연간 8만 건, 월 기준 6700건 정도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보면 5월까지 서울 아파트가 3만 건 이상은 거래돼야 평균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 30대가 40대 추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동아DB]
올해 부동산시장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현상은 바로 외지인의 서울 아파트 매입 증가세다. 부동산R114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의 25%(3385건)가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사들인 것이다. 서울에서도 외지인의 투자 대상으로 가장 핫한 곳은 역시 강남구였다. 5월까지 강남구 거주자의 강남 아파트 매입 비율은 35%(298건)였고, 강남 외 서울 거주자는 40%(338건), 서울 외 지역 거주자는 25%(213건)였다(그래프 참조). 2006년 이후 강남 아파트 매입자의 거주지 분포를 보면 강남구 거주자가 47%, 강남 외 서울 거주자가 30%였고, 서울 외 지역은 22%에 그쳤다. 최근 강남 외 서울에 사는 이들의 강남 아파트 매입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최근 부동산시장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강남 아파트는 강남 이외 서울에서, 서울 아파트는 서울 외 지방에서 적극적으로 매입에 나서며 올해 집값 반등세를 이끌었고 여기에 불씨를 댕긴 연령대는 30대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가격이 급락해 다른 지역의 아파트 가격과 격차가 줄었다. 그러자 입지가 우수한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내 집 마련=투자 일환” MZ세대 부동산觀
30대를 비롯한 젊은 층은 부동산 전문가나 다른 투자자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면서 현 시장 상황에 맞는 대안을 찾고 있다.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꿈’이던 부모 세대와 달리 주택 매입을 투자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적잖다. 이들은 직장이 그렇듯, 집 또한 평생 한자리에 정착해 사는 곳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다. 결국 이런 가치관의 변화와 행동 패턴이 주택시장 변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향후 새로운 투자관을 가진 젊은 세대의 움직임이 주택시장 반등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지역별 부동산 가격 격차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목적이 어떠하든 주택을 매입하는 수요자의 니즈는 다양해지고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주택의 질과 형태 또한 거기에 발맞춰 발전하지 않으면 이 같은 쏠림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에서도 바야흐로 MZ세대의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0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