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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속도로 스텔스 전투기 찍어내는 중국… 커지는 美·中 전쟁 경고음

입력 | 2023-07-29 16:29:00




지난해 11월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에서 중국 공군 스텔스 전투기 J-20 편대가 비행하고 있다. [뉴시스]

인류사에서 또 한 번 세계대전이 발발한다면 그 전쟁은 미국과 중국의 충돌로 촉발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차례 적의를 확인한 양국 갈등이 실제 무력 충돌로 이어질지에 세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고위 관리와 군 지휘관들이 2025~2027년 미·중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美 공군 장성 “2025년 미·중 전쟁 발발할 수도”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월 조지타운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국 인민해방군에 2027년까지 대만을 성공적으로 침공할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필립 데이비슨 전 인도태평양사령관도 “2027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군이 이를 막을 것”이라고 천명한 점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마이크 미니헌 미국 공군기동사령관이 올해 초 예하 지휘관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2025년 미·중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며 대비 태세를 강조한 것은 미국의 대중(對中) 경각심이 ‘진심’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대로 몇 년 안에 미국과 중국이 정말 충돌할까.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 중국 상황이 제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기 직전 전범국과 판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제1·2차 세계대전은 기성 패권국과 신흥 강국의 패권 쟁탈전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은 일찍이 산업화를 시작해 아프리카·중동·아시아에 식민지를 만든 영국과 프랑스에 신흥 강국 독일이 도전하면서 벌어진 전쟁이었다. 독일제국은 기존 패권 질서를 무너뜨리고자 막대한 군비 투자에 나섰다. 동시에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오스만제국 같은 동맹국을 끌어모아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마찬가지다. 나치 독일은 “가장 우수한 독일 민족이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대규모 군비 증강에 나섰다. 그리고 일본·이탈리아와 추축국 동맹을 만들어 미국·영국·프랑스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 역시 자기네 중심의 ‘대동아공영권’을 부르짖으며 막대한 군비 투자를 했다. 무서운 기세로 군대를 키우면서 팽창 일변도 정책을 추진한 일본의 위협에 맞서 미국 역시 우방들과 대일(對日) 봉쇄망을 구축했다. 미·일 간 긴장은 진주만 공습과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두 차례 세계대전이 일어난 기저에는 국제질서를 주도하는 패권국과 여기에 도전한 국가 간 긴장 및 갈등이 있었다. 현상 유지에 반대하는 도전 국가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군비를 확대하고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 동맹을 맺었다. 그러다 패권국의 견제와 압박이 거세지자 이를 빌미로 전쟁을 일으켰다. 이 같은 전쟁 발발의 배경을 오늘날 미국과 중국 상황에 대입해보자. 중국이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나치 독일·일제 닮은꼴 ‘중국몽’ 세계관


중국 전략폭격기 H-6(위)과 러시아 전략폭격기 Tu-95. [뉴시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성공 후 ‘중국몽(中國夢)’과 ‘다퉁(大同) 사회’ 건설을 천명하며 자국 중심의 세계질서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나치 독일과 일본제국이 각각 자기네 중심의 새로운 세계질서를 꿈꾼 것과 판박이다. 중국이 추구하는 새로운 패권은 기존 질서와 병립할 수 없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세계가 중국을 비판할 때 자주 사용하는 ‘규칙에 기반한 세계질서’라는 용어를 떠올려보자. 이는 중국이 기존 세계질서를 따르지 않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오늘날 국제질서의 원류는 17세기 유럽에서 등장한 베스트팔렌 체제다. 유럽 국가들이 가톨릭과 개신교 진영으로 나뉘어 혈투를 벌인 30년 전쟁의 전후 처리 과정에서 이룩한 국제질서다. 그 핵심은 주권이 특정 종파나 왕조가 아닌, 국가에 있다는 ‘주권국가’ 개념이다. 모든 국가는 평등하며, 각 나라는 고유하고 불가침한 주권을 갖는다는 게 이 국제질서의 핵심이다. 반면 현재 중국이 추구하는 세계질서는 전통적 ‘천하주의(天下主義)’에 따른 국가 관계에 가깝다. 이 세계관은 중국이라는 ‘대국’과 오랑캐 ‘소국’의 수직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우리가 익숙한 현대적 세계질서와 근본적으로 공존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중국은 최근 권위주의 독재국가들과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협력 대상이 러시아다. 두 나라는 오랜 세월 우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경제가 중국에 사실상 종속되면서 균형추가 기울었다.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중·러 관계를 주도하는 가운데 양국 군사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6월 러시아와 대규모 폭격기·전투기 전력을 모아 한반도 주변을 선회하며 무력시위를 강행했다. 중·러 해군은 7월 들어 남중국해, 대만 인근 해역, 동해 일대에서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도 중국의 대미(對美)·대일 전략에 기여하기 위해 ‘북한판 반(反)접근/지역 거부’(Anti-Access/Area Denial·A2/AD) 전력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세 확장은 동북아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미국 영향력이 크게 약해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반미·반서방 연합전선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우군(友軍)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독일과 일본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물론 우방국을 늘려가는 대외정책은 경쟁국을 압박하기 위한 외교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이다. 과도한 군비 증강은 전쟁을 벌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중국은 해군·공군 분야에서 충격적인 속도와 규모로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 해군력 팽창에 최근 미국 정부기관과 주요 언론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의 공군력 팽창은 그 심각성에도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美 싱크탱크 “中 J-20 연간 생산능력 60~80대”


미국 텍사스주의 록히드마틴 공장에서 F-35 전투기가 생산되고 있다. [록히드마틴 제공]

미국 싱크탱크 제임스타운재단의 안드레아스 루프렛 연구원은 “최근 출고된 중국 J-20 전투기들의 기체번호를 분석한 결과 이 전투기가 연평균 120대라는 엄청난 속도로 생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든 항공기에는 고유의 기체번호가 부여된다. 루프렛 연구원은 7월 청두공장에서 출고된 J-20의 기체번호 분석을 근거로 “2023년 중반까지 200여 대의 J-20이 생산된 것으로 보이고, J-20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60~80여 대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군사 전문가는 2025년 중국 J-20 전투기 수량이 500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한다.

단일 전투기 기종을 연간 60~80여 대 도입하는 것은 놀라운 수준의 군비 증강이다. 미국은 2023회계연도 예산으로 공군·해군·해병대용 F-35 전투기 61대를 구매했다. 록히드마틴이 한 해 생산할 수 있는 F-35는 153대이며, 이 가운데 102대는 동맹국에 배정된 물량이다. 다른 기종까지 합쳐도 미국이 2023회계연도 예산으로 새로 구입한 전투기는 F/A-18E/F 8대, F-15EX 6대 등 75대에 그쳤다. 중국은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적용해도 J-20 기종만으로 미국의 전체 전투기 도입 숫자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매체 보도와 항공 전문가들의 분석을 살펴봐도 J-20 배치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J-20은 초도 양산이 시작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4대가량 생산됐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중국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에서 J-20이 208대까지 늘어난 게 확인됐다. 올해 7월에는 300번대 기체번호가 새겨진 J-20이 등장했다. 2021~2022년 180대 넘는 J-20이 만들어졌고,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100대 이상이 추가 생산된 것이다. 그 결과 이미 중국 공군 10개 항공여단(旅)에 J-20이 배치돼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1개 항공여단이 전투기 32대로 편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10개 여단 완편 기준으로 320대의 J-20이 배치됐다고 추정할 수 있다.

J-20 생산량이 2021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중국이 그간 수입에 의존했던 엔진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 WS-10C 엔진을, 올해부터는 WS-15 엔진을 J-20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중국산 엔진의 고질적 문제이던 내구도 및 추력 부족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능을 대폭 개량한 엔진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자 J-20 도입 속도도 크게 빨라진 것이다. 중국이 현재 같은 속도로 J-20을 찍어낼 경우 2025년 스텔스 전투기 보유량은 500대를 넘어서게 된다. 동북아시아에서 한국(40대)과 미국(수십 대 추정), 일본(147대) 스텔스기 전력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양이다.

J-20은 미국 F-22에 비견되는 대형·고속 스텔스 전투기로, 상당한 수준의 스텔스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조기경보기와 연계해 300㎞ 밖 공중 표적에 장거리 공대공미사일 4발을 날릴 수 있는 위협적인 전투기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대량 생산 중인 전투기가 J-20 한 기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中 도전에 맞선 美·日… 한국은?


미국 공군 F-22 전투기. [뉴스1]

J-20은 한미일 전투기를 원거리에서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공 전투기다. J-10과 J-11, J-16 등 다양한 전투기 모델이 J-20과 보조를 맞춰 임무를 수행하려고 배치되고 있다. 우선 J-10은 A·B·C 3가지 사양으로 현재까지 700대 이상 생산됐다. 미국 F-16V ‘바이퍼’와 대등한 수준인 J-10C 버전만 해도 연간 100대 이상 생산되고 있다. J-10B는 1990년대부터 배치된 러시아 Su-27SK 전투기의 복제판이다. 최근 연평균 30대 안팎의 기체가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최신 항공 전자장비를 갖춘 J-10BG 사양으로 개조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판 스트라이크 이글’로 불리는 J-16은 배치 수량이 300대를 넘어섰고, 연평균 60대 이상이 생산돼 구형 전투기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중국은 연평균 200~300여 대 전투기를 신규 생산하거나 개량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공군력을 현대화하고 강화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는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연간 전투기 도입 물량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중국이 이처럼 엄청난 양의 전투기를 찍어내는 것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전쟁이 임박했다는 강력한 시그널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여야 막론하고 더 많은 국방비를 투자해 중국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국방비를 단번에 2배로 증액해 군비 증강 폭주를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이 곧 다가올지도 모르는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며 국가 안보전략을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이때, 홀로 평온한 대한민국이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기우일까.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0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