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 수사부장이 지난달 30일 ‘폭력조직 수노아파 하얏트호텔 난동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젊은 조폭들이 술집에서 회동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분노를 참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SBS뉴스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폭력조직 수노아파의 ‘하얏트호텔 난동사건’ 수사결과를 브리핑하던 중 술집에서 상의를 벗고 단합 대회를 하는 MZ세대 조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던 신준호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 수사부장(49·사법연수원 33기)이 조폭 생태계의 실상을 밝혔다.
신 부장검사는 29일 CBS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한 자리에서 “돈 앞에서는 형님들도 뒤통수 맞는 경우가 있다”며 “배신과 음해가 난무하는 되게 치졸한 곳이 조폭의 세계”라고 말했다.
신 부장검사는 “경험상 조사 과정에서 의리가 있는 조직원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저희 앞에서 의리를 보인 사람이 없었다. 살아야 되니까 형님도 팔고 동생도 판다”고 했다.
신 부장검사는 최근 조폭들의 수익에 대해 “과거에는 나이트클럽 이런 유흥가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거나 성매매 업소, 불법 오락실, 불법 사채업 운영이 많았다”며 “코로나 이후 유흥가 쪽이 많이 쇠퇴해 기생 여건이 악화되다 보니 돈 되는 방면으로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 같은 데 이미 조폭들이 진출해서 장악한 지 오래됐으며 최근에는 코인, 주식, 사모펀드, 전환사채, 투자형 사모펀드 이런 자본시장까지 다 진출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준호 부장검사 “조폭 의리?…돈 앞에선 형님 뒤통수도 치는 종족”
신 부장검사는 최근에도 폭력조직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에는 대포폰이나 중고차 사업, 고리대금업으로 각자도생을 하다 조직에서 이벤트 있을 때마다 소집이 있을 때마다 모인다”며 “소셜미디어가 발달해서 신규 가입의 촉매제가 된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 부장검사는 지난달 폭력조직 수노아파의 ‘하얏트호텔 난동사건’ 당시 조직원들이 문신을 보이며 자랑하는 영상에 대해선 “문신 자랑은 조폭의 종족 특성”이라며 “허약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그걸 좀 드러내놓고 무서워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 부장검사는 “쉽게 돈 벌고 의리도 있어 보여 멋 모를 때 조폭에 가입을 하는데 실상 알고 보면 항상 뒤통수치고 배신이 난무하는 세상”이라며 폭력 서클에 가입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폭은 본질적으로 떼 지어 다니면서 약자를 갈취하는 비겁하거나 비열한 조직”이라며 “후회 안 하는 사람 못봤다”고 덧붙였다.
신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폭력조직 수노아파의 ‘하얏트호텔 난동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젊은 조폭들이 술집에서 회동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조직원들이 문신을 드러낸 채 “파이팅”이라고 구호를 여러 번 크게 외치는 장면에서 고개를 휙 돌리거나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힘줘 다무는 등 분노를 애써 참는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