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 돈이 불행 막아주지만 행복해지려면 자선·여행 등 활동 필요
생각만큼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GETTYIMAGE
가난한 사람도 행복하다
이 연구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부자가 되면 가난할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자는 하루에 70%, 가난한 사람은 40% 정도 시간 동안 행복을 느낀다고, 즉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거의 2배는 행복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로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조사해보니 부자는 80%, 가난한 사람은 68% 시간 동안 행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10%p는 설문조사, 특히 주관적인 감정을 느끼는 조사에서는 큰 차이라고 볼 수 없다.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큰 차이는 아니라서 실제로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훨씬 더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 가지 더 살펴보면 사람들은 부자가 하루 70% 정도 시간 동안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 부자의 행복도는 80%였다. 사람들은 돈이 많은 부자는 물론 행복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정불화, 돈으로 인한 갈등 등 부정적인 면이 있으리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부자의 불행은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다. 부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다.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의 행복도다. 보통 사람들은 돈이 없으면 굉장히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의 행복도를 40% 정도라고 추측하는데, 이는 행복보다 불행이 더 크다고 여긴다는 의미다. 즉 부자는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보다, 가난한 사람은 불행할 것이라는 생각이 더 강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가난한 사람의 행복도는 68%였다. 사람들이 부자의 행복도라고 생각한 70%와 차이가 없다. 보통 사람들이 부자는 이 정도 행복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가난한 사람이 행복도를 느끼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곧 사람들은 돈이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데, 실제로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연구를 보자. 경제학에서 돈과 행복에 관한 유명한 연구로 ‘이스털린 패러독스’가 있다. 소득이 낮을 때 소득이 증가하면 행복도가 증가한다. 그런데 어느 수준 이상으로 소득이 높아지면 행복도가 별로 증가하지 않는다. 현대 미국 사회에서 소득에 따라 행복도가 증가하다가 더는 증가하지 않는 시점을 약 7만 달러(약 8950만 원)로 본다. 연봉 7만 달러 이하일 때는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도도 커진다. 그런데 연봉이 상승할수록 행복도 증가폭이 점점 줄어들다가 연봉 7만 달러 이상이 되면 연봉이 증가해도 행복도가 별로 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봉이 많아지면 행복도가 감소한다는 뜻은 아니다. 연봉이 상승할수록 행복도가 증가하기는 하는데, 7만 달러 이상에서는 행복도 증가폭이 굉장히 적다는 의미다.
한국인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
그럼 한국인은 어떨까. 한국도 비슷하다.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는데, 그 폭이 그리 크지는 않다. 한국에서 돈과 행복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로는 박영신 인하대 교육학과 교수와 김의철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의 ‘심리적, 관계적, 경제적 자원: 한국인의 행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2009)가 있다. 한국인의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는 직업 성취, 자녀 성공,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 자기효능감과 더불어 소득이 개인의 행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득은 한국인의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소득이 많을수록 행복도도 커진다. 그런데 소득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요소에 비해 크지 않다.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인간관계가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컸고, 그다음은 직업 성취였다. 월평균 수입은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고 고려한 변수 가운데 그 크기가 가장 작았다. 월평균 수입이 적어도 인간관계가 좋고 자기 업무를 잘하며 자기효능감이 높으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필자 생각은 이런 연구 결과들과 좀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부자가 되는 것은 행복감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돈이 많아졌다, 부자가 됐다는 그 자체만으로 행복감이 증가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조직론에 ‘허즈버그의 2요인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불만을 없애주는 요인과 만족도를 증가시키는 요인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이 이론의 주요 포인트다.
깨끗한 업무 환경이 중요하다고 한다. 깨끗한 업무 환경에서 일하면 불만이 적어진다. 그러나 깨끗한 환경에서 일한다고 업무 만족도가 증가하고 일을 더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 만족도를 높이려면 성취감, 책임감 등 다른 요소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행복과 관련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세히 보면 두 가지로 나뉜다. 불행을 감소시키는 것과 정말로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불행이 감소하면 평안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본인이 불행하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돈은 이런 불행을 방지할 수 있다. 부자가 되면 병원 치료비 걱정을 안 해도 되고, 돈이 부족해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 사태도 발생하지 않는다. 부모 병원비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으면 가정불화도 생기지 않는다. 이처럼 돈은 살아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불행한 일들을 피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돈 자체가 행복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쌓여 있는 통장 잔고를 보고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처음 통장에 1억 원이 찍힌 것을 본다면 행복할 것이다. 오랫동안 고생하며 모은 1억 원 잔고를 보면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처음 그때뿐이다. 1억1000만 원, 1억2000만 원, 1억3000만 원 잔고를 보며 계속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것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정말 돈밖에 모르는 사람에게만 가능한 행복이다.
활동을 통해 행복 느껴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경우는 보통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도울 때,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할 때, 취미에 몰두할 때 등 무언가 활동을 할 때다. 돈이 있으면 이런 활동을 좀 더 잘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돈은 행복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어디까지나 간접적일 뿐이다. 돈 자체는 행복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돈 이외에 다른 활동이 필요하다.
돈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많은 불행을 막아준다. 돈이 많으면 불행이 감소한다. 그러나 돈이 많다고 해서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해지려면 또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돈과 행복의 진정한 관련성이 아닌가 싶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00호에 실렸습니다]
최성락 경영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