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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밭일 나섰다가…온열질환 사망, 주말에만 11명

입력 | 2023-07-30 20:20:00


뉴스1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주말(29, 30일) 동안 최소 11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전국에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온열질환 사망자가 9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피해자가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특히 폭염에 취약한 고령층이 논밭에서 활동하다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정부는 “고령층은 논밭일을 삼가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 장마 끝나고 밀린 밭일 나섰다 사망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29, 30일 이틀 동안 경북 지역에서만 고령자 6명이 폭염에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30일 오후 2시 9분경 예천군 감천면 관현리에서 밭일을 하던 80대 남성이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비슷한 시간 문경시 마성면 외어리에선 90대 남성이 길가에 쓰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주민이 남성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소방 관계자는 “오전 8시경 밭에 가다 쓰러진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다”며 “두 남성 모두 발견 당시 체온이 높았다”고 전했다.

장마 직후 찾아온 찜통더위와 열대야. (어스널스쿨 캡처) 2023.7.28 뉴스1

문경에선 전날에도 영순면에서 밭일을 하던 여성(81)이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사망자들은 지난 주 끝난 기록적 장마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무더위 속에서 밭에 나섰다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남 지역에서도 밀양시와 남해군에서 29일 폭염에 농사일을 하던 남성(51)과 여성(82)이 숨졌다. 충남 서천군에서도 같은 날 90세 여성이 밭일을 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관계자는 “발견 당시 체온이 41.1도에 달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충북 제천시와 전북 군산시에서도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상청 등 관계기관 긴급 점검을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얼음팩 껴안고 사투 벌이는 쪽방촌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서 더위에 지친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와 ‘쿨링포그’를 맞고 있다. 쿨링포그는 물을 안개처럼 뿜어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 장치다. 2023.07.02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취약계층이 밀집한 서울 도심 쪽방촌 주민도 폭염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특히 올 들어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에어컨이 있어도 제대로 틀지 못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30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선 주민 김태연 씨(79)가 서울시·자치구가 설치한한 ‘쿨링포그(물을 안개처럼 뿜어 주변 온도를 낮춰주는 장치)’ 앞에 앉아 있었다. 김 씨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은 못 틀고 밖에 나와서 이거(쿨링포그)라도 쐬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며 “같이 사는 남편은 거동이 불편해 방에서 선풍기 바람만 쐬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도 상당수가 골목으로 나와 쿨링포그에 몸을 맡긴 채 간신히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주민 이모 씨(68)는 “끼니도 (사회복지법인 등이 지원하는) 무료 도시락으로 충당하는 마당에 (에어컨) 전기요금까지 낼 형편이 못 된다. 방 안이 야외보다 더 덥다”고 했다. 일부 쪽방촌 주민들은 얼음팩을 사서 껴안고 있기도 했다.

정부는 고령 농업인과 독거노인을 포함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공사장 야외근로자를 폭염 3대 취약계층으로 분류하고 야외활동 자제 및 충분한 수분 섭취 등을 당부했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폭염 때 탈수 증상이 생기기 쉬우니 수분을 의식적으로 많이 보충해야 한다”며 “직사광선에 오래 노출되는 걸 피하고 어지럼증과 무기력증이 생길 경우 시원한 곳으로 대피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경산=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남해=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