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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출되고 해체됐던 국보 ‘지광국사탑’…112년 만에 원주로 귀향

입력 | 2023-07-31 09:54:00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112년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지에 세워졌던 고려 시대 국사 해린(984~1070)의 사리와 유골이 봉안된 승탑이다.

화려하게 꾸민 장식으로 인해 엄숙한 멋을 줄어들게 하고 있지만,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탑 가운데 다른 어떤 것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일신라 이후의 탑이 8각을 기본형으로 만들어진 것에 비해, 이 탑은 전체적으로 4각 평면을 기본으로 한 새로운 양식을 보여준다.

바닥돌은 네 귀퉁이마다 용의 발톱같은 조각을 두어 땅에 밀착된 듯한 안정감이 느껴지며, 7단이나 되는 기단의 맨윗돌은 장막을 드리운 것처럼 돌을 깎아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탑신에는 사리를 모시는 곳임을 표시하기 위해 앞뒤로 문짝을 본떠 새겼다. 지붕돌은 네 모서리가 치켜올려져 있다. 밑면에는 불상과 보살, 봉황 등을 조각해 놓았다.

머리장식 역시 여러 가지 모양을 층층이 쌓아올렸는데, 비교적 잘 남아있다.


이 탑은 원래 법천사터에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인 1912년 일본 오사카로 국외반출되는 등 십여 차례나 해체돼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는 고난을 겪었다. 한국전쟁 중에는 폭격으로 파손되는 아픔이 있다.

경복궁 경내에 있다가 보존처리를 위해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옮겨졌으며, 기단 네 귀퉁이에 있던 사자상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해오다 탑과 함께 옮겨졌다.

이 탑이 원래 있던 원주를 떠나 서울, 오사카, 경복궁,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등 자리를 옮겨 다니다가 이번에 다시 원주로 돌아가는 여정은 직선거리로만 1975㎞나 된다.

문화재청은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2016년부터 5년여에 걸쳐 보존처리를 마친 이 탑의 부재들을 오는 8월1일 원래 위치인 강원도 원주시로 이송한다”며 “총 33개 부재 중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한 옥개석과 탑신석을 제외한 31개 부재를 이송하기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부재는 석탑을 구성하는 석재로, 기단부, 탑신부, 옥개부, 상륜부 등으로 구분된다.지광국사탑의 경우 33개로 구성되어 있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2016년 이 탑을 완전 해체해 대전으로 이송한 후 2020년까지 과학적 조사와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문화재청은 탑 보존처리에 대해 “파손부재 접착 등 잃어버렸던 본래 모습을 최대한 되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결실되어 없어진 부재는 산지(産地)를 과학적으로 조사해 탑이 조성될 당시와 가장 유사한 석재를 구해 새로 제작했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원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을 지광국사탑 부재 임시 보관처로 지정했다.

원주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으로 이송된 지광국사탑 부재는 복원 위치가 확정될 때까지 기획전시 공간에 상설 전시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관람객뿐만이 아니라 승탑이 원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던 지역 주민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라며 “향후 원주시와 긴밀히 협의해 지광국사탑이 보존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검토한 후 최종 복원위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광국사탑 귀향식은 오는 8월10일 오후 2시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열린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