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작가협회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생성형 인공지능(AI) 훈련에 자신들의 콘텐츠가 무단으로 쓰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했다. 미 주요 언론사 및 출판사도 AI 기업의 허가 없는 콘텐츠 사용을 막기 위한 해법을 찾고 있다. 최근 할리우드의 작가와 배우들이 “AI로 창작권, 저작권, 초상권 등이 침해받고 있다”며 파업에 나선 데 이어 AI의 콘텐츠 무단 활용에 대한 콘텐츠 업계 전반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30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작가협회 소속 작가 8000여 명은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페이스북의 모기업 메타,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등 6개 빅테크에 서한을 보내 “저작권이 있는 수백 만의 책, 기사, 에시이, 시가 AI 시스템에 대가 없는 무제한 식사를 제공하는 상황”이라면서 “생성형 AI 훈련에 우리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빅테크 기업이 불법 출판물 유통 사이트를 뜻하는 이른바 ‘그림자 도서관(shadow library)’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으로 생성형 AI 훈련에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리 라센버거 미 작가협회 대표는 공영 라디오 NPR에 “(빅테크가) 허락을 받거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AI에 우리 작품을 사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했다.
WSJ, 뉴요커의 모회사인 뉴스코퍼레이션을 포함해 미 주요 언론사와 출판사 또한 빅테크의 자사 콘텐츠 사용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뉴스코퍼레이션은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해 뉴스 저작권을 보호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빅테크 기업이 허가 없이 뉴스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감지해 수익화하겠다는 취지다.
빅테크의 콘텐츠 무단 사용이 콘텐츠 산업을 넘어 AI 시스템 전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작권 전문가 매튜 버터릭 변호사는 WSJ에 “AI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데이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만큼 (콘텐츠) 시장이 무너지면 AI 시스템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