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껑충 뛴 K팝 콘서트 티켓값… “내한 공연이 더 ‘혜자’스럽네”

입력 | 2023-08-01 03:00:00

K팝 콘서트 ‘너무 비싸’ 불만 고조
VIP 20만원 육박, 일반 15만원대
단일 가격으로 좌석 선택권도 침해
“적지않은 팬들이 청소년인것 고려… 가격 낮추고 좌석별로 차등 둬야”




6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은 무대와의 거리나 시야 등을 고려해 좌석별 티켓 가격을 7만7000원부터 25만 원까지 7개로 나눠 판매했다. 현대카드 제공 

해외 가수의 내한 공연과 한국 가수의 콘서트를 매년 4, 5개가량 즐기던 대학생 김모 씨(26)는 올해 상반기(1∼6월)엔 6월에 열린 미국 싱어송라이터 브루노 마스의 콘서트만으로 만족했다. 브루노 마스 공연은 티켓 가격이 7만7000∼25만 원의 7개로 나뉘어 원하는대로 고를 수 있었지만, 한국 가수 공연은 단일 가격으로 15만 원 안팎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K팝 콘서트 가격이 글로벌 톱 가수 공연보다 비싸 내한 공연이 더 ‘혜자’(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상품)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공연시장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껑충 뛴 K팝 콘서트 티켓 가격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 VIP석 20만 원 시대

6월 24, 25일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의 솔로 콘서트는 VIP석 가격이 22만 원이어서 너무 비싸다는 논란이 일었다. 빅히트뮤직 제공 

최근 K팝 콘서트의 티켓값은 VIP석이 20만 원에 육박하고, 일반석 티켓도 15만 원이 넘는다. 올해 3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콘서트와 이달 12, 13일 열리는 르세라핌의 콘서트는 일반석 15만4000원, VIP석 19만8000원이다.

해외 가수들의 내한 공연과 비교해도 국내 가수들의 티켓 가격은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 올해 하반기(7∼12월) 서울 송파구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의 경우 해외 가수는 라우브(미국)가 6만6000∼15만4000원, 찰리 푸스(영국) 7만7000∼18만7000원, 샘 스미스(영국) 13만2000∼25만 원이다. 이에 비해 슈가는 16만5000∼22만 원, 엔하이픈은 15만4000∼19만8000원이다.

최근 아이돌 공연을 여러 차례 본 황모 씨(23)는 “2019년에 비해 표 가격이 3만∼4만 원가량이나 올랐다”며 “해외 가수의 내한 공연은 무대에서 멀면 10만 원 이하인 좌석이 있지만 한국 가수 공연은 가장 싼 것도 10만 원대 중반이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 돈만 받고 ‘깜깜이 좌석 배정’

올해 2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에스파의 콘서트는 좌석 위치에 관계없이 모든 티켓을 15만4000원에 판매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예기획사들의 티켓 판매 방식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공연 티켓 가격은 무대와의 거리와 시야 등을 고려해 좌석별로 가격에 차등을 둔다. 하지만 올 상반기 열린 샤이니와 NCT 드림, (여자)아이들, 에스파, 태연, 몬스타엑스 등의 단독 콘서트는 공연별 전석 약 15만 원 안팎으로 동일했다. 팬 커뮤니티엔 “같은 돈을 냈는데 누구는 1층, 누구는 꼭대기 층에서 콘서트를 봤다”며 “선착순 예매였지만 공정하지 않게 느껴졌다”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관객이 아예 좌석을 고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세븐틴 콘서트는 유료 추첨제를 실시해 논란이 일었다. 팬클럽 멤버십 이용자가 사전에 응모해 당첨이 되면 티켓을 살 수 있게 했는데, 결제한 지 일주일가량 지나서야 좌석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가격은 일반석 15만4000원, VIP석 19만8000원이었고, 팬클럽 멤버십 가입비 2만2000원을 별도로 내야 했다. 좌석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수료(4000원)을 내고 취소해야 했다. 한 관객은 “적지 않은 돈을 내도 좌석 위치를 알 수 없게 한 건 팬심을 악용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퍼포먼스 위주인 K팝 가수는 조명, 음향, 영상 등 준비할 게 많다. 인건비도 상승해 최근 티켓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내 가수들의 공연 티켓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도 여타 문화생활 비용에 비해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 가격은 상승 폭이 크고 인상 속도도 빠른 편”이라며 “적지 않은 팬들이 청소년임을 고려해 가격 최저선을 낮추고 좌석별로 가격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관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