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콘서트 ‘너무 비싸’ 불만 고조 VIP 20만원 육박, 일반 15만원대 단일 가격으로 좌석 선택권도 침해 “적지않은 팬들이 청소년인것 고려… 가격 낮추고 좌석별로 차등 둬야”
6월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은 무대와의 거리나 시야 등을 고려해 좌석별 티켓 가격을 7만7000원부터 25만 원까지 7개로 나눠 판매했다. 현대카드 제공
공연시장이 활기를 띠는 가운데 껑충 뛴 K팝 콘서트 티켓 가격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 VIP석 20만 원 시대
6월 24, 25일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슈가의 솔로 콘서트는 VIP석 가격이 22만 원이어서 너무 비싸다는 논란이 일었다. 빅히트뮤직 제공
최근 아이돌 공연을 여러 차례 본 황모 씨(23)는 “2019년에 비해 표 가격이 3만∼4만 원가량이나 올랐다”며 “해외 가수의 내한 공연은 무대에서 멀면 10만 원 이하인 좌석이 있지만 한국 가수 공연은 가장 싼 것도 10만 원대 중반이라 부담이 크다”고 했다.
● 돈만 받고 ‘깜깜이 좌석 배정’
올해 2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에스파의 콘서트는 좌석 위치에 관계없이 모든 티켓을 15만4000원에 판매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이 아예 좌석을 고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세븐틴 콘서트는 유료 추첨제를 실시해 논란이 일었다. 팬클럽 멤버십 이용자가 사전에 응모해 당첨이 되면 티켓을 살 수 있게 했는데, 결제한 지 일주일가량 지나서야 좌석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가격은 일반석 15만4000원, VIP석 19만8000원이었고, 팬클럽 멤버십 가입비 2만2000원을 별도로 내야 했다. 좌석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수료(4000원)을 내고 취소해야 했다. 한 관객은 “적지 않은 돈을 내도 좌석 위치를 알 수 없게 한 건 팬심을 악용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퍼포먼스 위주인 K팝 가수는 조명, 음향, 영상 등 준비할 게 많다. 인건비도 상승해 최근 티켓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국내 가수들의 공연 티켓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도 여타 문화생활 비용에 비해 한국 가수들의 콘서트 티켓 가격은 상승 폭이 크고 인상 속도도 빠른 편”이라며 “적지 않은 팬들이 청소년임을 고려해 가격 최저선을 낮추고 좌석별로 가격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관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