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선언 이후 확장억제 협력 강화됐지만 北 핵 선제공격 능력 강화하며 중러에 밀착 ‘3축 체계’ 완성해 美 핵자산과 시너지효과 필요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워싱턴선언’이 발표된 이후 한미 간 확장억제 협력에 많은 진전이 이루어졌다. 6월 16일 미국의 순항미사일 탑재 핵잠수함(SSGN) 미시간함의 부산작전기지 입항, 7월 18일 한미 간 최초 핵협의그룹(NCG) 협의, 7월 18∼21일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의 부산 입항 및 기항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모두 워싱턴선언의 내용을 충실히 반영하는 동시에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가 실제 조치로 발 빠르게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특히 7월 18일 개최된 1차 NCG 출범회의를 통해 한미 양측은 이 회의가 핵 및 전략기획과 북한 공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전시키는 데 핵심적 채널이 될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미국의 핵안보 관련 고위 인사 역시 NCG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기획그룹(NPG) 못지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NCG 출범회의가 차관급에 의해 이루어지고, 향후 NCG의 협의 내용을 양국 대통령들에게 보고하기로 한 것 역시 NCG를 통한 실질적 확장억제 조치의 발전을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한미 간의 확장억제 협력은 분명 과거와는 다른, 더욱 강력하고 신뢰성 있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다만, 확장억제의 요체는 우리에 대한 보장(assurance)과 북한에 대한 억제(deterrence)라는 점에서 한미의 굳은 결의가 북한에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자신들의 정권과 체제가 종말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하게 만들어야 억제 효과가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이 워싱턴선언 발표 이후에도 끊임없이 핵개발을 지속해왔고, 세 가지 대응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간 확장억제 협력은 이러한 점에서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행보,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체크메이트’(외통수를 뜻하는 체스 용어)의 상태를 만들어 내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향후 NCG를 통해 더욱 증강된 확장억제 조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미국의 핵자산과 한국의 전략형 전력의 통합운용체계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진정으로 북한 핵대응과 관련된 ‘공동 기획’이 되려면 우리 자산 역시 일정 부분 갖추어져야 하며, 이것이 없는 ‘공동 기획’은 일방적 선의에 의존하거나 공허한 립서비스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3축 체계’ 전력을 조기에 구축하고 증강시켜 미국 핵자산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북한이 10여 분 내에 핵공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유사시 미국 핵타격 자산의 긴급 전개를 위한 시설 확보를 협의하고, 필요하면 한국의 비용 분담 의사도 표명해야 한다. 또한, 미국 핵자산 전개 절차(프로토콜)를 마련하고, 전략자산 및 핵전력이 동원된 연습을 기획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나아가 NCG 대표의 장관급 격상을 포함한 진화도 모색해야 한다. NCG를 보좌할 상설 참모조직을 만들고, 민간 전문가를 포함한 고위 자문단을 운용하며, 양국 대통령이 북한 핵위협 대응과 관련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참모 및 전문가를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한미 간 확장억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이만하면 됐다”는 인식이다. 더 나은 확장억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확장억제도 살고 북한 비핵화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