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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km 떠돌던 국보 석탑, 112년 만에 귀향

입력 | 2023-08-01 03:00:00

비운의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1911년 日에 팔린뒤 10여차례 해체
6·25때 옥개석 등 폭격에 파손
5년간 보존처리 거쳐 오늘 원주로



1911년 서울 중구 명동에 있던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원래 강원 원주시 법천사지에 있었지만 그해 한 일본인이 사들인 뒤 해체해 명동으로 옮겼다. 문화재청 제공


원래 있던 강원 원주를 떠나 서울 명동, 일본 오사카, 경복궁, 대전을 떠돌았던 국보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5년간의 보존 처리를 마치고 1일 고향인 강원 원주시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으로 돌아온다. 일제강점기였던 1911년 일본인에게 팔린 뒤 10여 차례 해체와 재조립을 겪으며 직선거리로만 따져도 1975km가량을 떠돌던 이 유물이 112년 만에 귀향하는 것이다.

지광국사탑은 고려시대 승려 지광국사(智光國師) 해린(984∼1070)의 사리와 유골이 봉안됐던 승탑이다. 3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해린이 입적한 11세기 말 원주시 부론면 법천사지(사적)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려한 조각이 장식돼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개성 있고 화려한 승탑으로 꼽힌다.

하지만 1911년 일본인에게 팔린 뒤 서울 명동으로 옮겨졌고, 이듬해 오사카로 반출되는 아픈 역사를 지녔다. 조선총독부 명령으로 반환돼 1915년 이전에 경복궁 경내에 자리 잡았으나, 6·25전쟁 때 옥개석(석탑이나 석등의 위를 덮는 돌) 등 유물 상단부가 폭격 피해로 파손됐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2016년 3월 지광국사탑의 부재(部材·석탑을 구성하는 다양한 석재) 33점을 해체한 뒤 대전 센터로 옮겨와 2020년까지 보존 처리 및 복원 작업을 벌였다.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원 연구사는 “없어진 부재는 탑이 조성될 당시와 가장 유사한 석재를 구해 새로 제작했으며, 파손된 부재들을 접착해 잃어버렸던 본래 모습을 최대한 되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부재 가운데 추가 점검이 필요한 옥개석과 탑신석(석탑의 몸을 이루는 돌) 등 2점을 제외한 31점을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으로 옮겨 상설 전시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해체된 부재들을 원래 모습대로 쌓아 올리는 최종 복원은 원주시와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원래 자리는 부론면 법천사지 내 승탑원이지만 보존 환경 등을 고려해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시관은 원래 자리와 약 280m 떨어져 있으며, 법천사지 내에 있다. 10일 오후 2시 법천사지 유적전시관에서 탑의 귀향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