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재수사 불이행땐 檢이 수사 등 시행령 개정해 11월 시행 예고 野 “검수원복 개정… 檢의 쿠데타”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가졌던 ‘수사종결권’을 대폭 축소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31일 입법 예고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시행령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법무부는 이날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 개정안을 1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인 만큼 국회 심의 없이 국무총리와 대통령 재가만 거치면 개정안에 명시된 대로 올 1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찰이 불송치하고 자체 종결한 사건에 대한 검사의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수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현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는 경찰이 전담하게 했지만, 개정안은 검사도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
법무부 “경찰 수사지연 개선될것”… 野 “시행령으로 법률 무력화”
준칙 개정안 11월 시행 예고
보완수사 경찰 전담원칙 폐지
대공-선거 사건 등 검경 협력 의무화
경찰 “檢권한 강화” “업무 줄것” 팽팽
보완수사 경찰 전담원칙 폐지
대공-선거 사건 등 검경 협력 의무화
경찰 “檢권한 강화” “업무 줄것” 팽팽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 시도가 사법 방해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약자 기본권 보장” vs “검찰 원하는 대로 수사”
이에 따라 개정안은 경찰이 불송치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했을 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직접 마무리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제한하고 검찰이 재수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또 신속한 수사를 위해 보완수사 요구는 검사가 한 달 안에 하도록 했고,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와 재수사 요청을 3개월 내 이행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수사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는 근거로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서 변호사 3명 중 2명이 “수사권 조정 전보다 경찰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고 답했다는 점을 들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였고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면서 현실화됐다”며 “법무부가 이를 시행령으로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려는 것”이란 비판과 함께 “수사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검찰 재수사 요청의) 이행 여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며 “결국 검찰이 원하는 대로 수사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이 전담하던 보완수사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또 경찰 일선 업무가 늘면서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지적을 감안해 경찰과 검찰의 고소·고발장 접수 의무를 명시했다.
● 민주당 “시행령 통치는 민주주의 부정”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오른쪽)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날 법무부가 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시행령 쿠데타”라는 반발이 나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법무부는 지난해도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통과로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와 경제 등 ‘2대 범죄’로 제한하자 이에 맞서 ‘부패’와 ‘경제’의 범위를 확대하며 직접 수사 범위를 늘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올 11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정국이 다시 급랭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완전히 ‘검찰 공화국’이 된 것”이라며 “민주주의 를 부정하는 시행령 통치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실현되지 않도록 입법적 노력도 해 나가겠다”고 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