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부채질을 하고 있다. 온열질환은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때 열로 발생하는 급성질환이다. 무더위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을 보인다. 2023.8.1/뉴스1
지난 주말부터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속히 늘자 행정안전부는 1일 오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폭염 위기경보 수준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렸다. 중대본은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사회취약계층과 고령 농업인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철저한 대응 체계를 갖춰 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개막한 ‘제25회 스카우트 잼버리대회’에서도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틀 동안 야영 준비에 나선 스카우트 대원 21명이 고열과 탈수 등을 호소해 현장에 설치된 임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중 1명은 실신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발효된 1일 오후 화순군 화순읍 한 버스정류장 인근 그늘에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3.8.1/뉴스1
94세 이어 89세도 폭염속 일하다 숨져… 경북선 ‘논밭일 금지령’
“푹푹 찌는 거 누가 모릅니까. 농사는 다 때가 있잖아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봉강리의 한 과수원.
2만6440m²(약 8000평) 부지에서 단감을 재배하는 신 씨는 “폭우가 끝난 지금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며 “혼자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날이 더워도 밭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경남 밀양시 부북면에서 포도를 키우는 박모 씨(76)도 “자식들이 번갈아 전화가 오면서 ‘낮에 제발 일하지 말라’고 하는데 시기에 맞게 포도를 따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져 어쩔 수 없다. 그늘에서 쉬어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 경북 “오전 9시 이후 논밭일 금지”
불볕더위에도 신 씨와 박 씨처럼 논밭에서 일하다 온열질환으로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역별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경북이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충북 4명, 경남 4명, 전북 2명, 충남 2명 순으로 집계됐다.
불볕더위가 계속된 1일 오후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차량 유리창에 뙤약볕이 쏟아지고 도로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3.8.1/뉴스1
전국 주요 도심에는 길거리를 오가는 행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날 낮 12시경 폭염특보가 발효된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에선 점심을 먹으러 나선 직장인들이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음식점과 카페 등으로 몰렸다. 한 카페 직원은 “평소 같은 시간대보다 2배 이상 손님이 많았다. 차가운 음료를 찾는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달 31일까지 1191명에 달한다.
● 전문가 “낮 12시~오후 5시 외출 삼가야”
온열질환 사망자 2명이 발생한 전북도는 질병관리청 및 도내 의료기관 등과 함께 지역 응급실 운영기관 21곳에서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 중이다. 충남도는 야외 공연장 등에 오후 2~4시 공연 자제 권고를 내렸다. 대전시는 야외근로자 등에 오후 2~5시 작업을 중지하란 지침을 내렸다.
무더위 쉼터 운영도 대폭 늘렸다. 무더위쉼터 690곳을 운영하는 전주시는 시청과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등 6곳에서 양산을 빌려주고 부채 1만 개를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한 어르신이 간이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3.8.1/뉴스1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창원=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