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들어 인공지능(AI)과 관련한 법안이 12건 발의됐지만 모두 담당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소위는 2월 AI 관련 법안 가운데 7개를 병합해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AI의 개념을 규정하고 AI 산업 육성과 안전성 확보의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의 기본법이다. AI 전문인력 양성, 사업자의 책임 등에 관한 법안들도 별도로 발의돼 있다. 하지만 방송법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3월부터 과방위가 파행하면서 AI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챗GPT 등장 이후 구글, 아마존 등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놨고 네이버도 이달 ‘한국형 챗GPT’를 출시하기로 하는 등 관련 기술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크다. AI가 다른 사람의 글이나 그림을 교묘하게 베끼거나 정교하게 가짜뉴스를 만들어 혼란을 부추기고, 편향된 정보를 학습해 성별 나이 등을 차별하는 내용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현행법으로는 누구에게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만큼 법제 정비가 시급하다. AI 기본법 제정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는 AI 서비스 사용자 보호는 물론이고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명확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기업들이 그에 맞춰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AI 산업을 장려하면서도 규제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법률을 속속 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