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부실공사] LH 아파트 철근 누락 후폭풍 일부 민간아파트 주거동도 무량판… “결과 나올 때까지 다리 뻗고 못자” “정부 공급 믿었는데 사기당한 기분” LH 입주예정자들 계약 줄취소 전망 일부 입주민들 집단 소송 고려도
“우리 아파트도 보강 철근이 없을지 누가 알겠어요? 자다가 천장이 무너져서 깔리면 대체 누가 책임지냐고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두 다리 뻗고 못 잡니다.”(무량판 구조 A아파트 주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단지 중 보강 철근 누락이 발견된 15개 공공 아파트 단지명이 공개된 뒤 민간 아파트 주민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전국의 민간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로 지은 293개 단지로 안전 점검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일부 아파트는 주거동까지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일 오후 경기 파주운정 초롱꽃마을3단지(A34)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해 천막이 설치돼 있다. 이 단지는 보강 철근이 필요한 지하주차장 기둥 331개 중 12개에서 철근이 부족하거나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보강 공사는 10일경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주=박형기 oneshot@donga.com
또 다른 철근 누락 단지인 경기 남양주시 별내퍼스트포레(남양주별내 A25)에 입주한 지 1년 된 이모 씨(33)는 “올해 아이를 가지려 수천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까지 했는데 불안한 마음이 커져 일단 이사하고 아이를 갖기로 했다”며 “정부가 공급하는 단지라 믿었는데 사기당한 기분”이라고 했다.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민간 분양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도 혼란이 커지고 있다. 무량판 구조로 지은 경기 하남시 B아파트 입주민 송모 씨(35)는 “삼풍백화점 사고가 발생한 지 28년이 지났는데도 부실 공사가 여전하다니 후진국 같다”며 “설계대로 아파트를 못 지어 시대를 역행하는 건설사들을 어떻게 믿어야 하느냐”고 했다.
계약 취소를 고민하는 입주 예정자들도 적지 않았다. 올해 10월 인천 가정2 행복주택에 입주 예정인 김모 씨(39)는 “현재 사는 집의 전세 계약이 10월 전에 끝나는데, 보강 공사에 들어가면 살 곳이 없어서 입주 계약을 취소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번에 계약금 환불 공지가 나온 초롱꽃마을3단지는 이미 입주를 마쳤지만 미계약분을 다시 공급해 추가 입주 예정자 600여 명이 2일까지 계약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LH는 이날 계약을 9월로 연기하고, 계약금을 선납한 240명에게는 계약금을 환불하겠다고 공지했다. LH는 다른 단지도 입주민 계약 해지를 허용할지 검토 중이다. LH 관계자는 “준공 전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면 입주 예정자 선택에 따라 계약 해지가 가능하고, 위약금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중대한 하자’에 대한 판단이 단지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계약 해지가 가능한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했다.
1일 경기 오산세교2 A-6블록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잭서포트(하중 분산 지지대). 오산=이한결 기자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의 경우 국토부가 이달 중 본격 점검에 돌입할 예정이다. 2017년 이후 준공된 단지를 대상으로 주민 추천 전문기관이 점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문제가 발견돼 보수 공사가 이뤄지는 경우 준공 전 단지는 시공사와의 협의로, 입주 완료 단지는 자체 비용(하자보수 예치금)으로 비용을 충당하게 된다. 일각에서 철근 누락 아파트를 ‘순살 아파트’로 부르는 데 대해 국토부는 “보강 철근이 누락된 것이지 철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틀린 표현”이라며 “주차장이 붕괴된 검단 아파트는 콘크리트 강도가 약했지만, 이번에 공개한 LH 철근 누락 아파트는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을 충족한다”고 했다. 민간 아파트 조사 결과는 이르면 10월경 나올 전망이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파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남양주=송진호 기자ji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