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갤러리 명화전’ 특별판 출간 양정무 교수가 본 관람 포인트
베케라르 연작, 자본주의 질서 담아… 귀족-성직자 대신 상인을 전면에
작품 속 ‘문명사적 의미’ 통찰 중요… ‘역대급 전시’ 국내서 볼 절호의 기회

이 시리즈 7권을 써 온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56)를 지난달 31일 전시장에서 만났다. 영국 런던대(UCL)에서 미술사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내셔널갤러리는 내게 미술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함께 일깨워준 각별한 곳”이라며 “오랜 친구들(작품들)이 한국에 온다는데 잘 대접하고 싶었다”고 했다. 양 교수와 함께 전시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를 짚어봤다.
● 베케라르 정물화, 화끈한 ‘플렉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시를 관람하며 요아힘 베케라르의 작품 ‘4원소: 물’을 가리키고 있다. 양 교수는 최근 자신의 베스트셀러 ‘난생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이야기’ 시리즈의 특별판을 출간해 내셔널 갤러리 전시를 소개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작품이 그려진 안트베르펜은 성상 파괴 운동을 겪어 종교화가 줄고 상업이 발달한 곳입니다. 그 결과 이 그림에서는 풍요로운 정물은 전면에, 종교적인 메시지는 후면으로 밀려나는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났죠.”
두 작품 중 ‘물’은 물고기가 쏟아질 듯 넘치는 수산물 시장을, ‘불’은 고기가 그득한 부엌을 표현했다. ‘4원소’ 중 한국에 오지 못한 작품인 ‘공기’는 가금류와 알을, ‘땅’은 채소와 과일을 묘사했다. 4점 모두 각각 폭 2.1m, 높이 1.6m가 넘는 대작으로 그림 전면에 왕족, 귀족·성직자가 아닌 부유한 상인 즉 ‘제3신분’이 부각된 것이 특징이다.
● 역사성 보여주는 ‘역대급’ 회화들
영국 찰스 1세가 고액 연봉과 런던 템스강변 저택, 왕궁 내 개인 숙소까지 마련해 주며 데려온 궁정화가 안토니 반 다이크의 초상화도 만날 수 있다. 찰스 1세의 친척을 그린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로, 형제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섬세한 의복 질감은 눈으로 봤을 때 감동이 더하다.
양 교수는 작품에 담긴 시대상과 사회적 변화, 문명사적 의미를 짚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술 작품이 단순히 예쁘고 사치스러운 것이 아니라 “과거가 남긴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며, 이 때문에 선진국들이 박물관과 미술관에 적극 투자한다는 것. 양 교수는 “이번 전시는 영국 내셔널갤러리가 역사적 맥락을 보고 소장한 양질의 회화가 대거 온 ‘역대급 전시’”라며 “이런 작품들을 해외에 직접 가지 않고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10월 9일까지. 7000∼1만8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