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 1만7천여명 12년간 분석 만성질환 2배 늘었지만 노쇠 절반가량 ↓ "의료접근성 향상·적절한 치료와 예방 덕"
지난 12년 새 우리나라 노인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약 2배 증가한 반면 노쇠한 비율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은 늘었지만 적절하게 관리해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내과 정희원 교수·빛고을 전남대병원 노년내과 강민구 공동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2008년부터 2020년까지 65세 이상 노인 1만7784명(평균 72.4세)을 대상으로 연도별 노쇠 지수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연구팀은 노쇠 지수를 ▲동반질환 ▲기능적 수행능력 ▲징후 및 증상 ▲검사 수치 등 4개 영역에서 30여 가지 항목을 평가해 측정했다. 또 노쇠 지수가 0.15 이하이면 노쇠하지 않음(건강), 0.15 초과·0.25 이하이면 노쇠 전 단계, 0.25 초과이면 노쇠 단계로 분류했다.
연도별 노쇠한 노인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 2008년 41.1%에서 2020년 23.1%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쇠하지 않고 건강한 비율은 2008년 28.7%에서 2020년 44.2%로 15.5%포인트 증가했다. 우리나라 남성 노인의 평균 노쇠 지수는 0.17로, 여성 노인(0.21)보다 낮았다.
반면 같은 기간 만성질환 유병률은 약 2배 증가세를 보였다.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2008년 17.9%에서 2020년 40.9%로, 당뇨병은 20.6%에서 30.0%로, 심혈관질환은 5.6%에서 9.3%까지 증가했다.
다만 씹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노인 비율은 2008년 59.4%에서 2020년 33.1%까지 감소했다. 일상활동에 어려움이 있는 비율은 42.2%에서 12.0%로, 흡연자는 17.0%에서 9.3%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만성질환을 앓는 비율은 늘었지만 젊었을 때와 다름없는 활동적인 일상을 유지하는 노인들이 많다“며 ”의료 접근성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질환에 대해 적절한 치료와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노쇠는 노화와 질병의 축적으로 기능이 감퇴해 스트레스에 취약해진 상태를 말한다. 생활 습관이 불규칙하거나 질병, 약제 복용이 관리되지 않고 신체 활동이 저하되면 노쇠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신체적·인지적 기능 저하가 특징이며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고 일상생활 활동 수행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노쇠 유병률 감소는 일본과 닮은 측면이 있다. 2019년 일본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28% 이상으로 높아졌다. 일본의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새로운 노인 세대 가운데 ‘회춘’ 추세가 확인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JKMS) 최근호에 실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