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본부세관 직원이 초콜릿 안에 숨겨져 있는 코카인을 확인하고 있다. 부산본부세관 제공
국제우편으로 마약을 국내에 들여오려던 일당이 한미 공조 수사로 잇달아 적발됐다. 외국 세관에서 적발된 마약을 바로 수거하지 않고 일부러 국내로 배달되게 해서 수취인을 붙잡는 ‘국제통제배달(International Controlled Delivery)’ 기법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본부세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 공조해 시가 1억 7000만 원 상당의 마약을 적발하고 피의자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세관은 지난해 12월 미국 LA에서 출발해 인천을 거쳐 부산으로 향하는 국제우편물에 마약이 있다는 정보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으로부터 입수했다. 세관은 이 우편물이 배송지까지 그대로 도착하게 하고 이를 수령한 30대 남성 A 씨를 현장에서 적발했다. 세관은 메이플시럽 통에 액상대마 1.8㎏을 숨겨 들여온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A 씨를 구속했다. 세관은 A 씨가 캐나다 국적의 B 씨와 함께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5회에 걸쳐 액상대마 2㎏과 대마초 350g 등을 국내에 밀반입해 유통했다는 점도 확인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B 씨를 검거했다.
이 밖에도 세관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으로부터 올 1월 도미니카에서 출발해 미국을 경유한 뒤 부산으로 향하는 화물에 코카인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해당 화물에서 코카인 28.7g을 적발했다. 초콜릿 볼의 내부에 비닐로 여러 겹을 감싼 진주알 형태의 코카인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세관은 부산지검 등과 공조해 해당 화물의 수취인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동현 부산본부세관 조사국장은 “외국 수사기관에서 마약을 확인하고도 포장을 그대로 둔 채 국경을 이동시켜 최종 수령지에서 수취인을 붙잡는 국제통제배달 수사기법이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마약류 밀수조직 소탕을 위해 앞으로도 효율적으로 이 기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